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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끌면 경기침체 심각/페만전쟁 따른 한국·미국 경제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유가 폭등 경우 물가 15% 상승 한국/전비부담 막대… 단기전땐 유리 미국
정부는 페르시아만에서의 전쟁이 1개월이상 끌 경우 올해 경제운용의 최대역점을 경제안정기반 확보에 두어 성장률을 다소 낮추더라도 인플레 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정부는 페만에서의 전쟁이 성장·물가·국제수지 등 모든 부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경제운용계획을 수정키로 했다.
정부는 특히 페만에서의 전쟁이 1개월이상 장기화돼 국제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이상으로 폭등할 경우 이에 따른 국내 기름값의 추가인상 및 파급효과도 커 소비자 물가가 15% 내외(당초 8∼9% 목표)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반적인 세계 경기침체 및 수출부진으로 인해 당초 7%로 잡았던 실질 경제성장률은 5% 내외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국내 원유도입단가를 평균 25달러로 잡고 연간 경상수지 적자를 30억달러 수준에서 억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오래 끌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할 때마다 3억7천만∼3억8천만달러 정도의 외화부담이 추가로 생기는데다 수출부진 등을 감안하면 70억달러로 예상했던 무역수지 적자가 1백20∼1백30억달러 정도(통관기준)로까지 확대돼 경상수지 적자폭 또한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그러나 페만에서의 전쟁이 1∼2주 정도의 짧은 기간에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경우에는 현재 공급이 중단되고 있는 하루 4백50만배럴 정도의 이라크 및 쿠웨이트의 석유생산이 재개돼 국제유가가 배럴당 15∼16달러선까지 폭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세계경기 및 국내경제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어 경제운용계획을 손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페만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면 경제에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보나 장기전으로 간다면 경기회복을 결정적으로 꺾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는 최근 페만전쟁이 미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들은 전쟁이 1개월 이내의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유가하락·증시활황과 특히 경기침체를 가속시킨 주요원인인 위축된 소비심리를 부추김으로써 경기회복을 진작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전쟁은 대체로 전쟁특수를 일으켜 경기를 자극한다고 여겨져왔으나 이번 전쟁이 6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미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될 것이란게 이들의 우려다.
장기전은 인명손실뿐 아니라 유가를 배럴당 60달러선으로 치솟게할 것이며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의욕을 얼어붙게 할 것이다.
유가가 배럴당 5달러 오를때마다 미 경제성장률은 0.5%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배럴당 30달러 수준에서만도 미 경제는 1천억달러의 경제손실을 볼 것으로 보고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파괴는 오히려 부담이 작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하역·정제시설의 파괴는 심리적인 위기감을 증폭시켜 사재기와 이에 따른 유가 1백달러라는 공황사태까지 불러올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있다.
실제로 원유수급은 미국과 기타 선진국들이 하루 2백만배럴의 전략원유를 방출할 능력이 있어 큰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
유가급등은 금리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며 미국의 방대한 재정적자는 3백억달러의 유지·주둔비와 전쟁 발발시 하루 20억달러로 추산되는 전비 조달을 위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자금차입을 늘려야 하며 이는 금리를 상승시켜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고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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