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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는 온통 전쟁열풍/본사특약 체스먼특파원 현지서 제2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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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점 문닫고 시골 도피 장사진/한국대사관 태극기 건채 폐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위기발생 이후 처음으로 상점과 시장이 철시하고 학생들을 귀가시키는 등 유엔철군 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전쟁분위기에 휩싸였다.
최근 며칠간 적막하던 분위기는 시민들이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는 등 미국의 공격에 대비하는 모습등으로 전쟁에 바짝 다가선 분위기로 일변했다.
15일 오전에는 이라크 3대도시 바그다드·바스라·모술에서 사담 후세인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바그다드시에서는 만수르지역 무스탄 시리야대학에 50만명의 시위군중들이 동원돼 『사담 만세』『쿠웨이트 고수』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2시간동안 계속됐다.
이라크 정부는 시위참가자를 시위현장으로 보내기 위해 각종 교통수단을 최대한 동원했으며 집회가 끝난 직후 사람들은 직장·학교·시장 등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하루사이 상황돌변
텅빈 거리 모습은 하루 전까지만 해도 이라크 주변지역에서 진행되는 전쟁준비에 아랑곳하지 않던 모습과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수크 알 아라비의 시장은 14일 거의 문을 닫았다.
지난 며칠동안까지도 그 시장은 왁자지껄하는 상인들의 소리와 향료 냄새로 활기에 차있었다.
코피숍들은 이라크에서 가장 유명한 이 시장의 뒷골목과 대조적으로 밝고 화려한 색의 옷을 입은 모로코나 쿠르드지방의 상인들로 붐볐다.
하산 사담이라는 한 상점주인은 전쟁의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일찍 귀가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제 미국이 결전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많은 이라크 기업인들과 상인들은 이미 그들의 부인과 아이들을 친척들이 살고 있는 시골로 보냈다.
이라크정부가 떼를 지어 떠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에 아직 대규모 「탈출」은 없지만 시골을 향해 떠나는 버스와 승용차의 수가 계속 늘고 있다.
○“언제 떠나냐” 인사
○…바그다드에서는 외국특파원들에 대한 아침인사가 『안녕하세요』에서 『당신 언제 떠날거요』란 질문으로 바뀌었다.
바그다드에 남아있는 약 60∼70명의 기자들의 화제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기 보다 어떤 탈출계획을 갖고 있는가에 집중되고 있다.
15일 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지를 포함한 많은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미국 정부의 철수촉구에 응해 요르단으로 떠났다. 그러나 미국 TV팀들은 아직 남아있을 심산인 것 같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미국기자들에게 바그다드 시민들의 상세한 피해상황과 미군과 다국적군의 군사적 피해가 바그다드발로 보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상당수의 외국기자들은 14일밤 전화통에 매달린채 본사에 이라크 잔류를 허용하라고 조르느라 시간을 보냈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 기자들은 남아있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잔류를 결정한 기자들은 탈출계획을 세우면서 터키나 요르단행 비자를 얻기 위해 양국 대사관으로 결사적으로 달려갔다.
터키로 가는 길은 많은 군사시설물들을 통과해야 하며 이러한 시설물들은 미군의 폭격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선호되는 탈출로는 암만으로 가는 육로여행이다.
바그다드에 있는 미 CBS­TV팀의 취재팀장인 앨런 피제이씨는 이란으로 가는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피제이씨는 『우리는 만약에 가능만 하다면 언제든지 전속력으로 달려 우리를 공중 탈출시켜줄 비행기를 잡을 수 있도록 운전기사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제이씨는 『만약 남아있기로 결심을 했다면 당신의 운을 시험해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적으로 바그다드에 잔류한 몇몇 기자들은 대부분 호텔지하에 있는 대피소에 보다 더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꼭대기층 방을 1층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라크 정부는 분명히 가능한한 보다 많은 외국언론인들을 바그다드에 남아있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라크전 취재때의 봉쇄와는 반대로 이번의 경우 이라크 관리들은 특파원들이 바그다드에 살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괴물이 아니라 인간임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영 데일리 텔리그라프지 서울특파원>
◎고용인 1명만 남아
○…바그다드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15일 현지 고용인 1명을 빼고 전원 철수함으로써 대사관 및 대사관저 건물이 사실상 텅 비게 됐으나 정문에 게양한 태극기는 그대로 걸어두고 나왔다는 후문.
이날 바그다드로부터 암만에 도착한 최봉름 주이라크 대사는 『국기를 걸어두면 만일의 경우 그래도 좀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 일부러 걸어놓고 나왔다』고 설명.
최대사는 철수하면서 이라크 외무부측에 공관건물 보호를 부탁했는데 『이라크 경찰과 군인이 종전과 다름없이 보호할테니 걱정말라』는게 이라크 외무부 관계자의 대답이었다고.
미국의 공격목표 가운데 하나로 알려지고 있는 이라크 대통령궁과 불과 8백m 거리에 있는 한국대사관 건물앞에는 그동안 이라크 경찰과 군인 1명씩이 24시간 경비를 서왔다.<암만=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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