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돈 보다 사랑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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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우리는 이 사회의 또 다른 일면을 본다.
언제 보아도 배타적이고 이기적으로만 느껴지던 현대인들이 엮어내는 한 편의 「가장자선쇼」,즉 불우한 이웃에대한 유행성 사랑과 온정이 바로 그것이다. 과소비 열풍에 반비례하여 갈수록 줄어들긴 하나 올해도 어김없이 한장의 사진,몇 줄의 보도를 위해 불우한 이웃을 찾는 철새들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연말·음력설 때면 유독 이웃을 생각하는 이땅의 위대한 선량들.양로원·고아원·복지원등을 방문해 약간의 선물을 전달하고 사진촬영이 끝나기 무섭게 되돌아서는 이들이야 말로 열마전 까지만해도 의사당의 편한 의자에 앉아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저생계비가 얼마인지도 모른채 주어진 복지예산을 놓고 싸우던 바로 그들이 아닌가.
실제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은 물론 여기에 종사하는 직원들마저도 의원들이 받고자 하는 한달분 세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1년을 살아가고 있다.
정부나 매스컴이 주도하는 성금모금에만 줄을 서서 참여하는 이 땅의 재벌들도 마찬가지다. 수백,수천만원의 돈을 사진과 함께 던져주고 할일 다 한듯 미소 짓는다.
그들은 최근 「장애인고용촉진법 시행령」을 두고 자신들의 노동권리를 찾기위해 외롭게 싸워가는 장애인들을 한명 이라도 덜 고용하기 위해 정부에 탄원서나 내고 온갖 로비를 일삼기도 한다.
이 땅에서 숨쉬고 있는 많은 어려운 이웃, 그들이 원하는건 결코 이러한 철새들이 던져주는 일시적인 물질적 풍요가 아니다.
상시적인 아픔과 소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겨울만이 유독 추운 계절일 수는 없다. 일방적으로 던져지는 물질은 그들의 행복을 보장하는 그 무엇도 될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회복지의 실천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오늘도 이곳 저곳을 기웃 거리고 있을 이땅의 철새들. 지금이라도 그들은 우리가 이웃을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줄 올바른 예산의 책정, 실효성 없는 각종 복지법안의 개페,이들을 차별하는 이 사회의 모든 구조와 제도의 철페, 이것들이 먼저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의 이웃들은 항상 추운 겨울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작은 바람은 특정한 계절이나 시기가 아닌 일상적인 삶 속에서 우리의 이웃이 처한 서러움을 느껴가는 일이며,이의 해결을 외해 모든 사람들이 노력하는 것이다.
불우한 이웃의 행복한 삶을 위한 순수한 성원이 체대로 가치를 발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에도 변치않는 관심과 사랑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배노연<시설문제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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