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크 결전태세/철군시한 하루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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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여부 논의 의회소집” 이라크/“모든 동맹국과 협의 끝내” 미국/미의회 부시에 전쟁수행권 부여
【바그다드·워싱턴·파리 AP·AFP·로이터=연합】 페르시아만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노력으로 이라크를 방문한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과의 두차례에 걸친 회담 끝에 별다른 성과없이 이라크를 떠난데 이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14일 범 아랍권의 이름으로 대미 성전을 촉구했으며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페르시아만지역의 모든 동맹국들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전쟁에 대한 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유엔의 철수시한 하루전인 14일 긴급의회를 소집,개전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의회는 이에 앞서 12일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수행을 위한 비상대권을 부여했다.
미 상원은 이날 찬성 52대 반대 47의 근소한 표차로,하원은 찬성 2백50대 반대 1백83의 비교적 여유있는 표차로 대통령의 전쟁선포권을 승인했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제네바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긴급히 이라크를 방문한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은 13일 두차례에 걸쳐 4시간동안 후세인 대통령과 회담했으나 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는 이날밤 이라크를 떠나면서 현 사태에 관해 『낙관도,비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그다드로부터 14일 파리에 도착한 케야르총장은 후세인대통령과의 회담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신을 믿는다면 기도를 드리라』고 말하고 『아직도 평화의 가능성은 있으나 불행하게도 전쟁의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언론이 케야르총장의 이라크 방문에 관해 완전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후세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쿠웨이트에 대한 통치권을 재확인하면서 아랍의 명예를 지키기위한 대전이 이곳에서 준비되고 있다고 말하고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했다.
후세인대통령은 이날 바그다드 라디오를 통해 발표된 성명에서 이라크의 「19번째주」인 쿠웨이트는 무신론에 맞서 아랍민족을 지키기위한 「대전장」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전쟁은 아랍민족과 팔레스타인과 레바논,그리고 골란의 이름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맹국들로부터 전쟁수행태세를 다짐받기 위해 11개국을 순방중인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13일 페르시아만지역의 모든 맹방들은 정치적·경제적·군사적으로 전쟁수행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를 수행중인 한 고위관리는 베이커장관이 대 이라크 개전의 시기에 관한 부시대통령의 결정을 준수한다는 합의를 시리아를 제외한 모든 동맹국들로부터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프랑스 등 일부국가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나 『프랑스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함께 싸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딕 체니 미 국방장관은 이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고 싶지는 않으나 현재로서는 부시대통령의 결의나 그에 대한 의회의 지지에 추호의 의심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쿠웨이트로 진격하게될 경우 쿠웨이트­이라크국경에서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롤랑 뒤마 프랑스 외무장관은 전세계가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하고 자신이 유엔의 철수시한 직전에 이라크를 방문,후세인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이라크가 공격해 올 경우에도 이에 보복하지 말라는 미국의 어떠한 요청도 거부할 것이라고 이스라엘의 한 고위관리가 13일 말했다.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보건장관은 이날 각료회의를 마친후 『만일 이스라엘이 공격을 받는다면 설령 미국이 보복을 하지 말라고 요청해 오더라도 1백배로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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