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뒤의 세계경제… 전문가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선진국 수백만 실직/금융 대공황 올 수도/기업에 큰 충격… 경기회복 자신감 상실/비축량 많아 석유문제엔 낙관론 우세
페르시아만에서 만일 전쟁이 발발할 경우 8년간의 지속적인 성장 후 이미 급격한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세계경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세계경제전문가들이 9일 말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서방측에 긴요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막대한 석유생산이 중단되지 않는다해도 페만의 전쟁이 소비자들과 기업의 자신감에 미치는 충격은 일부 국가들을 경기후퇴로 몰고가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연구소의 윌리엄 레드워드 런던주재 연구원은 『금년의 경제성장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의 자신감 상실의 충격은 특히 총알 한방 쏘지 않았는데도 이번 페만위기로 경기가 후퇴국면에 접어든 미국에서 두드러진다.
한달전까지만 해도 파리에 본부를 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비록 완만하기는 해도 경제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전망했었다.
24개 회원국을 가진 OECD는 그러나 소비자들의 구매가 중단되고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동결하는 증거가 점점 분명해지자 이같은 공식전망을 취소하고 경기후퇴가 진행중임을 시인했다.
이와 함께 기업도 수요가 감소하면 생산을 줄이고 종업원들을 해고하게 된다.
유럽대륙의 국가나 일본은 아직까지 이같은 악순환의 단계에 접어들지는 않았으나 이들 국가도 점점 취약해져가고 있다.
OECD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인상될 경우 그 영향은 첫해에 선진국들 가운데 일부국가들을 경기후퇴 국면으로 몰고 가고 수백만명이 실직할 정도로 엄청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만일 금융공황이 올 경우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아마도 지난 87년 10월 주가폭락 당시처럼 이자율을 내리고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에 다량의 현금을 공급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같은 어두운 전망 가운데서도 한가닥 밝은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석유비축량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9일 성장둔화로 인해 수요가 줄고 기타 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들이 증산을 통해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석유수출분을 상쇄한 덕택에 선진국들의 석유비축량이 지난 82년 12월 이후 최고치에 있다고 밝혔다.
존 이스턴 미 에너지부 차관보는 지난 8일 미 의회증언에서 『페만에서 적대행위가 발생한다해도 에너지부는 현재 이용가능한 전략 및 상업용 석유비축분만으로도 추가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공급부족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로이터=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