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야채 많이 먹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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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환경을 자랑하는 제주도의 제주장수문화연구센터는 지난 2월 의미있는 조사를 진행했다.
국내 최고의 장수지역으로 손꼽히는 제주도 안에서도 또 다시 7곳의 장수마을을 선정, 어떤 음식을 먹는지를 물어봤다.
결과는 김·미역·다시마 등 해조류가 28.9%로 1위였고 야채(19.7%), 된장 등 발효식품(17%), 돼지고기 등 축산물(5.9%), 곡류(4.2%)가 뒤를 이었다. 평소에 즐겨 먹는 음식을 묻자 제주의 전통음식인 나물된장국·전복죽·몸(모자반)국·톳나물·옥돔구이·자리물회·성게국·콩국·삶은 돼지고기 순으로 응답했다.

사례는 또 있다. 일본 오키나와 북부의 장수촌 오기미마을 기념비엔 이렇게 적혀 있다. '70인 당신은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80이면 청년, 90세에 조상이 당신을 초청하면 100세까지 기다리라고 말해라'.
이 마을 사람들의 음식은 78%가 채식이다. 매일 7가지 이상의 채소와 과일·콩류를 즐긴다. 그렇다고 동물성 식품을 기피하지도 않는다. 돼지고기를 즐겨 먹되 삶아서 먹는다. 삼겹살·베이컨 등 직화(直火)구이나 튀긴 고기는 피한다. 다시말해 지방이 쏙 빠진 고기를 먹는다는 점이다.
또 오키나와 주민의 콩 섭취량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하루평균 60g으로 일본 본토(30~50g)는 물론 중국(10g)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30여년간 장수연구에 매달린 스즈키 마고토 전 오키나와 국제대학 노인학부 학장은 "칼슘흡수를 도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장건강과 변비예방에도 좋은 대두 올리고당이 듬뿍 든 콩은 오키나와의 장수식품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의 장수학자인 크레이그 윌콕스 교수는 "카테킨 등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C가 풍부한 녹차를 즐겨 마시고, 백설탕 대신 흑설탕을 즐겨 먹는 것도 오키나와 주민들의 장수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4년 한남대 식품영양학과 이미숙 교수팀의 연구결과도 이채롭다. 전북 순창과 전남 보성 등 국내 10대 장수지역에 사는 100세이상 노인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밥과 국(찌개)+반찬'이란 식단구성에 두부를 넣은 된장·고추장찌개, 반찬으론 나물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항산화 물질이 많이 함유된 채소류를 즐기고, 특히 삶은 채소나 데친 나물류 등 독성은 없애고 섬유소는 부드러워져 소화를 돕는 음식을 주로 먹었다.
제주장수문화연구센터 고승한 박사는 "해산물 위주의 식생활 습관에다 노년에도 노동에 종사하는 제주특유의 풍속도 장수 비결로 보인다"며 "장수노인일 수록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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