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성직자(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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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성직자라고 해서 믿고 결혼했는데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던 고아들에게 오히려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고아원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는다며 Y고아원 원장인 아내 김모씨(46·서울 상계동)와 원생들을 폭행한 전도사 홍영배씨(44)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던 8일 오전 서울 노원경찰서 조사계.
남편인 홍씨를 고소한 김원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
Y고아원은 마을버스 종점에서도 20여분을 올라가는 산중턱에 위치,건평 12평의 방 4개에 26명의 고아들이 수용돼있다.
김원장이 29년전 처녀의 몸으로 고아들을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키면서 헌신적으로 사랑을 바쳐온 곳이다. 김원장얘기를 매스컴에서 전해들은 홍씨가 고아원을 찾아와 김원장과 사귀게 되면서 말썽이 일게 됐다.
어려운 고아원경영을 도와줄 「아빠」가 필요했던 김원장은 넉달간의 교제끝에 홍씨의 결혼신청을 받아들인게 불씨가 된 것이다.
홍씨는 결혼한지 1년만에 자신을 신학대학까지 보내주는 김원장에게 서서히 본색을 드러냈다.
홍씨는 고아원경영을 넘겨주지 않는다며 원생들이 보는 앞에서 김원장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치기도 했다. 자신의 요강을 청소하지 않았다고 연탄집게를 휘둘러 원생 김모군(10)을 때리기도 했다.
Y고아원에서는 89년 8월부터 아이들의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전도사가 그런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범행사실을 끝까지 부인하던 홍씨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며 원생 김모양(6)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불려온 김양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아빠(?)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나 김양의 작은 입술에서도 『때렸어요』라는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홍씨는 움찔 놀라면서도 『저놈도 사주받았다』고 둘러댔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고개를 떨구며 유치장으로 향하는 홍씨의 얼굴은 전혀 성직자의 모습이 아니었다.<이원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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