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 화·전 중대고비/미­이라크 외무 제네바서 오늘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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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실패해도 외교해결 가능 미국/쿠웨이트서 철군 않겠다 이라크
【제네바=연합】 지난 5개월간 계속돼온 페르시아만사태 해결의 최대 고비가 될 미­이라크 외무장관 회담이 9일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오후 6시30분) 제네바의 인터콘티넨틀 호텔에서 열린다.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지적되는 이날 양국 외무장관 접촉에는 미국의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과 이라크의 타리크 아지즈 외무장관이 각각 배수의 진을 친채 상면,유엔의 대 이라크 통첩시한(1월15일)을 앞두고 각기 주장을 최종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관계기사 4,5면>
이날 회담에 앞서 부시 대통령과 회담 당사자인 베이커 국무장관 등 미국측이 이라크의 쿠웨이트로부터 무조건 철수 등 기존 강경입장을 재확인하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도 이에 맞서 일전불사를 천명함으로써 이번 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지만 무력 대결에 앞선 마지막 접촉이라는 점에서 모종의 타협안이 나올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회담장을 감싸고 있다.
베이커 장관은 이날 파리와 본·밀라노를 차례로 거쳐 이들 3개국 지도자들로부터 미국의 강경노선에 대한 지지를 확인받은 뒤 제네바공항에 도착했다.
이에 앞서 베이커 장관은 이번 회담이 실패하더라도 오는 15일까지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계속된다고 말한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지가 9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미국은 이라크 군대가 오는 15일부터 쿠웨이트에서 철수를 시작한다해도 이라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8일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통신사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사담이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면 그는 최후시간까지도 결단을 내릴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그의 군대가 오는 15일에 모두 북쪽으로 이동을 시작하고 준비한 방위시설과 그밖의 모든 것을 버려둔 것이 확실하다면 우리는 분명히 이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지만 이라크의 철군은 매우 명확한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그러나 『만일 분명히 몇대의 트럭이 북쪽으로 가고 있는 것만으로는 이라크의 철수가 진지한 것이라고 믿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하면서 『부분적인 철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미국은 지금까지 15일 이전에 이라크의 철군이 완료될 것을 요구했었다.
한편 부시 미 대통령은 8일 미 정부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를 실현시키기 위해 유엔 결의안에 입각,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해 주도록 의회에 요청했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의 제네바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극적으로 제기된 부시 대통령의 결의안 채택 요청은 의회에 대해 이른바 전쟁대권의 부여를 촉구한 것으로 제네바협상과 오는 15일의 무력사용 시한을 앞두고 미국의 결의를 과시하려는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앞으로 1주일안에 화·전 양자중 택일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이라크와 맞서고 있는 동맹국들에 타협압력에 저항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아지즈 장관은 도착성명을 통해 『흉금을 터놓고 회담에 임할 자세가 돼 있으며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회담을 가질 태세가 돼 있다』고 강조했으나 이라크군의 철수 가능성은 단호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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