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싸고 파국 줄달음/호 웨스트팩은 지점철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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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 경영권 동등참여 있을 수 없다/노 단체협약 깨면서 생존권 위협
극심한 노사분규로 4개월여동안 진통을 겪어오던 호주계 웨스트팩은행이 서울지점의 문을 닫기로 7일 결정했다.
그러나 장사가 잘되지 않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노사간의 마찰을 극복하지 못해 나가는 것이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은행의 사용자측은 『노조측이 경영권의 양도를 요구하는 등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주장을 해 문을 닫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회사에서 노조탄압을 공공연히 해온 터여서 더이상 양보는 못한다』며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웨스트팩은행의 최동수 지점장은 『앞으로 노조가 다시 협상재개를 요청해 오더라도 철수 문제는 이미 지점장의 손을 떠난 상태여서 본사의 별도 지시가 없는 한 협상이 어렵다』며 노사간의 타협을 통한 철수방침의 철회는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된 노사문제를 해결할 결정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웨스트팩은행은 회계절차·세금문제 등을 마무리짓고 빠르면 상반기중에 한국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6년 5월 개점 이래 87년에 28억원,88·89년에 각각 17억여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는 등 그동안 꽤 짭짤한 장사를 해온 웨스트팩은행이 노사분규에 휩싸이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노조측은 지난 88년 단체협약때 부당인사를 막기 위해 명문화된 인사위원회 제도를 회사측이 「이같은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선언한 것은 『조합원의 생존권자체를 위협하는 처사』라며 지난해 9월4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사간에 현저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인사위원회 구성문제를 보면 회사측은 노사 각각 4명으로 구성하되 가부동수일 경우 회사측 간부인 위원장에게 캐스팅보트(결정권)를 줘야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노조측은 그러한 경우 당연히 부결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사용자의 고유권한인 인사·경영권을 노사가 동등하게 나눠 갖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노조측 주장을 일축,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노사협상이 큰 진전을 보지 못했었다.
한편 외국계은행이 노사분규를 이유로 국내지점을 폐쇄하는 것은 웨스트팩은행이 처음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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