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방향타 잃은 표류선"국제대회 유치로"복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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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계 스포츠계를 주도하고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집행의원 겸 TV분과위원장인 김운룡 (김운룡·59)씨를 만나 신미년(신미년)벽두 한국 스포츠 인이 나아갈 길을 듣는다.
-새해 한국체육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고 장기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일입니다.
한국스포츠는 88년 서울올림픽이후 경기 력 면에서나 국제스포츠계의 위상 면에서 전혀 발전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몰락하는 등 후퇴일로에 있습니다. 이 같은 이유는 국내적인 여러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림픽이후 뚜렷한 방향이나 목표가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경우 탁구·육상·스키 등 각종 세계 선수권대회를 개최했거나 할 예정이고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95년 유니버시아드, 98년 동계올림픽,2000년대 월드컵유치 등 단계적인 장기전략을 세워놓고 스포츠강국으로서의 중흥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올림픽이후 아무런 장기계획이 없어 서울올림픽에서 이룩한 세계4강의 면모를 잃고있는 실정입니다.
올해부터라도 장기계획을 세워 경기력 향상은 물론 스포츠강국으로서의 각종 행정력이 되살아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실천해야할 일은 무엇입니까.
▲우선 88올림픽의 각종시설과 대회진행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세계선수권대회나 동계국제대회 등을 유치, 국제스포츠계에서 영향력 있는 국가로 인정받아야 하겠습니다.
국제대회유치는 많은 경비가 소요되고 있으나 최근 TV방송권료의 대폭적인 상승과 마키팅 전략 등에 따라 수익을 올릴 수 있으므로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세계수준의 대회를 유치함으로써 국제스포츠계에서 얻는 PR효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큰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국내 각 스포츠단체가 자체사업에 힘써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회유치 등 경기 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각종 스포츠 학술대회를 유치, 세계적 스포츠 인들을 불러들여 유대를 강화하고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 지도자를 많이 양성해야 합니다.
-96년 하계올림픽이 미국 아틀랜타시로 결정돼 세계여론으로부터 IOC위원들이 물량공세에 넘어갔다는 혹평을 들었는데….
▲올림픽1백주년을 기념하는 뜻으로 아테네에서 열자는 여론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든 시설이나 여건 면에서 아틀랜타가 월등히 우세했고 IOC의 결정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96년 올림픽을 치른 후 밝혀질 것입니다.
다만 일부 IOC위원들이 추문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사마란치 위원장은 앞으로 IOC총회의 의결방식을 기명투표로 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올림픽1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는 따로 마라톤 등 5개 종목만을 선택해 프레올림픽성격의 국제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올림픽 분리개최는 잘못 전달된 것입니다.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로서 태권도가 96년 아틀랜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현재 IOC에는 태권도를 비롯, 소프트볼·가라테·3종 종목 등 13개종목이 아틀랜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신청해 놓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소프트볼은 미국이 맹렬한 로비활동을 벌이고있고 일본도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가라테를 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저에게만 기대를 걸고있을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물론 저도 한국의 스포츠 인으로서 최신을 다하고 있고 또 힘껏 노력해야겠지만 정부당국·범 스포 계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아쉽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혼자 뛰기에는 벅차다는 말씀입니다.
아무튼 오는6월 영국 버밍엄 총회를 앞두고 범국민적인 관심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끝으로 IOC위원추가배정문제에 대한 분위기를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국내스포츠계에서는 누구를 추천해야한다는 등 하마 평이 무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IOC위원추가배정은 국내에서 추천한다고 해서 되는일은 아니고 한국 스포츠가 계속 세계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그 공적이 IOC에서 평가받았을 때 자연히 해결될 문제입니다. 따라서 앞서 말씀드린 국제대회유치나 학술세미나개최 등에 힘쓸 경우 한국에 IOC위원이 한명 더 탄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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