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강군」으로 가는 길/이만훈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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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방부가 3일 내놓은 「국방인사정책 발전방향안」에 대한 군 내·외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당사자격인 고급장교들은 『도대체 이같은 생각을 왜 이제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고 했다.
군인들로서는 이 계획안의 내용이 주로 자신들의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안정성 보장이고 구체적으로는 복지 등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는데 있는 만큼 마다할 이유가 물론 없다.
그러나 바로 이점 때문에 국방부의 입안자들이나 군인들로서는 이안이 국민의 눈에 달리 비춰지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사회전반의 분위기나 타분야와의 균형에 혹시 어긋나는 점은 없는가 해서다.
국방부가 이번에 이같은 획기적인 계획을 수립한데는 나름대로의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전후 40년동안 일촉즉발의 긴장속에 국민들에게 군이 하는 일을 성역처럼 여기도록 강요하면서 내부에서는 소속원들에게도 무조건적인 복종과 충성만을 요구해온 것이 지금까지 우리 군의 논리이자 체질이었다.
그러나 사회·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이제 그런 논리는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안보환경의 변화같은 큰 외부요인외에 군내부의 문제도 심각하다. 정규사관학교출신이 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ROTC·학사·3사출신들의 「들러리」의식이 팽배해 있고 특히 70년대초,먼 장래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사관 학교 정원을 두배가량 늘린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좁은 문인 대령진급문턱에서 70년,71년 임관한 고참중령들이 대거 탈락,「49세 퇴역」을 맞게된 상황이 큰 압력으로 작용했다.
배경은 어떻든 국방부가 내놓은 군의 전문화·선진화는 당면의 과제임이 분명하다.
하루가 다른 기술발전과 환경변화에 군만이 예외일 수 없고 사회발전에 뒤진 군이 안보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개혁의 초점이 군인이라는 「직업의 안정성」확보와 동시에 그것이 「안보능력의 극대화」라는 당위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점에서 70년대 사관학교 정원증원이 20년후 엄청난 인사압박 요인이 될수도 있다는 점까지 미리 고려하는 장기적 안목이 이제는 필요하다. 아울러 생각할 것은 역시 돈 문제다.
화장지를 하품에서 중품으로 바꾸는데만 5억여원이 추가로 소요될만큼의 대조직이 군이다. 나라형편이 어렵고 자원배정에 선후경중이 있는만큼 국민과 정치권의 면밀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다.
「10년을 길러 하루를 쓰는 것이 군」이지만 평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예강군」인것이 역사의 교훈이자 현실이다.
국방부가 추진하려는 인사정책발전 방안이 군내부의 단기모순 해결이 아닌 국가안보의 장기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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