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대 이라크 회담제의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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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날짜만 늦춘 미­이라크 대좌/미 고압적 태도로 성사 미지수/“협상부족”의회 압력받자 “억지로 제안”분석도/일부선 베이커­후세인 면담 이뤄져 타결 기대
미국은 쿠웨이트사태를 둘러싸고 교착상태에 있는 미­이라크간의 대화를 트기위해 양국 외무장관회담을 전격 제안함으로써 양국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 외무장관의 상호방문을 제의했으나 양국간에 회담날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미측이 제시했던 마지막날인 3일을 넘기게 되자 오는 7일과 9일사이에 제3국인 스위스에서 외무장관회담을 갖자고 수정 제의했다.
미국의 양보라 할 수 있는 협상시한 연기제안에 대해 이라크측의 반응이 아직까지는 없다. 그러나 명분상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어 회담자체는 성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과연 이 회담을 통해 쿠웨이트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주목되는 것은 회담을 제의한 미국의 자세에 별로 적극성이 없는 점이다.
부시대통령은 새회담을 제의하면서 지난번 협상제의때와 똑같이 이라크의 무조건 철수를 강조하며 회담이 결코 『이라크와 협상이나 타협을 하자는 것이 아니며 또 적당히 이라크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고 못박고 있다.
지금까지 회담이 성사가 안된 주요요인중 하나가 미국측의 이러한 타협을 배제한 고압적 자세탓도 있었던 것이라고 볼때 과연 날짜만 변경했다하여 이라크가 화답할지 미지수다.
또 미국이 전격적인 외무장관 회담을 제의한데는 부시행정부의 외교노력부족을 탓하는 미의회의 압력과 EC등이 독자적 막후 외교움직임에 자극받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부시대통령으로서는 쿠웨이트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의회지도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의회에 대해 행정부의 협상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해들어 처음 열린 3일의 미의회는 무력사용을 반대하는 의견들과 무력사용전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들을 제기했다.
특히 의회는 평소의 경우 1월중순 이후까지는 휴회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페르시아만의 개전여부에 대해서는 결정권을 행사하겠다는 결의를 표명,3일부터 계속 문을 열기로 하는 등 부시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유엔이 결의한 시한인 15일이 다가오면서 구주공동체(EC)는 물론,프랑스·독일등이 독자적으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만이 회담날짜가 잡히지 않는다고 물러앉아 있을 수 없는 사정도 있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미테랑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이라크에 특사를 파견하고 EC도 4일 전체회의를 열어 독자적인 평화제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않아도 호전적인 인상을 주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평화해결노력의 제스처가 필요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의도는 미국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과 직접 대면을 계속 추구하지 않고 있는데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즉 회담의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부시가 이라크의 전권을 쥐고 있는 사담 후세인과 직접 대화를 해야하며 아지즈외무장관은 이라크내의 소수민족으로 정책결정에 아무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또 외무장관회담을 제의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의회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자리에서도 무력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게파트하원의원은 간담회후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으며 민주당의 패트릭 리히상원의원도 『이제는 무력을 사용하느냐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무력을 사용하느냐가 문제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이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베이커 국무장관이 일단 아지즈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후 곧장 바그다드로 들어가 사담 후세인과 직접 대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전격적으로 외교적 타결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무부대변인도 베이커 국무장관이 11일께 중동국가를 순방할 계획이 있음을 밝히면서 이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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