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호흡 곤란·기침, 생명까지 위협하는 ‘간질성 폐 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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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김경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암은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하나다. 낮은 생존율 때문이다. 간질성 폐 질환은 암만큼이나 위험한 질병으로 통한다. 간질성 폐 질환의 대표 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약 40%, 10년 생존율은 15%에 불과하다.

간질성 폐 질환은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나는 폐포(alveolus)와 폐포 벽을 지지하는 구조물, 즉 간질(間質·interstitium)에 이상이 생겨 호흡곤란, 기침 등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폐간질에 염증이나 섬유화가 일어나면서 기능이 저하되는데, 간질 손상으로 발생하는 200가지 이상의 다양한 질환을 포함한다. 폐가 섬유화 등으로 악화하면서 점차 호흡이 짧아지고 결국 생명에 지장을 주게 된다.

간질성 폐 질환의 상당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이다. 다만 유전적 소인에 흡연이나 분진, 위·식도 역류 질환, 감염 등 다양한 인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위험 인자에 의해 발생한 폐의 염증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섬유세포가 증식해 폐의 섬유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질환은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특발성 간질성 폐 질환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국내 간질성 폐 질환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간질성 폐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5만5075명으로 2013년 2만946명 대비 10년간 163% 늘었다.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지속해서 악화하는 호흡곤란과 마른기침이다. 또 천명음(쌕쌕거림)이나 비특이적 흉통을 보이기도 하고 간혹 객혈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환자마다 다른 양상과 속도로 진행된다.

진단은 쉽지 않다. 질환군이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 질병이 포함된 데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도 많은 탓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폐 기능 검사, 고해상도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가 필수다. 또 기관지경을 통한 기관지폐포세척검사, 폐 조직검사 등 추가적인 진단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자가면역 질환 동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간질성 폐 질환의 경우 치료에 잘 반응하는 질환이 있는 반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질환도 많은 난치성 질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질환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적용된다. 다만 최근 약제 개발과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되면 항섬유화제를, 비특이적 간질성 폐 질환은 스테로이드 같은 항염증제제와 면역억제제가 처방되고 있다. 간질성 폐 질환은 얼마나 정확히 진단했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CT를 시행한 후 증상이 없는 초기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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