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치료 불모지 소세포폐암, 신약 도입으로 선택지 늘고 생존 희망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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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10~20%를 차지한다. 세포의 크기가 작고 널리 퍼져 있는 폐암이다. 1차 치료만으로 완치하는 사례가 드물어 대부분 2차 이상의 치료를 받는다. 문제는 치료제 종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다행히 지난해 3월 국내에 신약이 도입됨에 따라 선택 기회가 확대됐다. 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인 젭젤카(성분명 러비넥테딘)다.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안병철 교수와 환자 박동선(76)씨에게 치료 환경과 투약 경험을 들었다.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안병철 교수는 “예후가 안 좋은 소세포폐암은 약물 조합을 비롯한 치료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안병철 교수는 “예후가 안 좋은 소세포폐암은 약물 조합을 비롯한 치료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소세포폐암은 어떤 특징을 가졌나.
안병철 교수(이하 안 교수) “소세포폐암은 세포의 크기가 작고 널리 퍼져 있는 특징이 있다. 특히 암세포가 급격히 빨리 자라는 경향을 보인다. 아무리 크기가 작아도 해당 부위에 국한돼 있지 않고 눈에 안 보이더라도 여러 군데에 있을 거로 생각해 초기부터 항암 치료에 나선다. 특별한 표적치료제도 없어서 기존의 여러 약제를 조합해 사용한다. 내성이 빨리 오다 보니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보통 생존율을 1년 내외로 본다.”

-주요한 위험 인자는 뭔가.
안 교수 “흡연이 소세포폐암 발생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 환자 대부분이 흡연자다. 흡연으로 인해 여러 가지 항원이나 돌연변이가 축적되면서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어떤 치료 과정을 거치나.
안 교수 “소세포폐암은 암이 양측 폐 사이 공간인 종격동을 포함해 폐의 한쪽에만 국한된 제한성 병기와 암이 반대편 폐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확장성 병기로 구분한다. 보통 제한성 병기일 땐 항암·방사선 병용요법을 쓰고 확장성 병기일 땐 항암요법을 단독으로 진행한다. 항암요법의 경우 1차 치료 반응률이 낮진 않지만, 그 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다. 환자의 70~80%는 2차 이상의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2차 이상 치료제의 종류가 많지 않은 데다 3개월 내외로 내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반응 지속 시간이 짧아 치료 차수가 늘면서 환자 상태가 급속히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2차 치료제 신약이 출시됐다.
안 교수 “러비넥테딘은 암세포 DNA 이중나선을 파괴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원리로 작동하는 항암제다. 그동안 2차 치료 후 내성이 왔을 때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적었다.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고전적인 약제를 쓸 수밖에 없는 분야다. 그런 와중에 출시된 러비넥테딘은 2차 이상의 치료를 진행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신약의 경우 수요가 있는데도 재정적인 문제로 처방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예후가 좋지 않은 암에 대해 좀 더 우선순위를 두고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면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환자는 어떤 치료 경과를 보였나.
안 교수 “러비넥테딘의 경우 일부 환자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그 반응이 길게 이어지는 사례가 보고된다. 독성도 꾸준히 쓸 수 있을 만큼 허용 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약에 대한 설명을 듣고 환자가 투약을 결정했다. 환자는 1차 치료를 진행하다 전이가 발생해 2차 치료제를 써야 할 상황이었는데 마침 러비넥테딘이 국내에 도입돼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해 4월부터 처방하기 시작해 현재 투약을 17 사이클(기본 3주 간격 1회 1시간 투여) 진행했다. 다행히 현재 암세포는 죽은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투약 후 몸 상태는 어떤가.
환자 “투약 후 진행한 검사에서 호전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모니터상으로 봐도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2021년 처음 진단받았을 땐 나쁜 폐암이고, 수술도 안 되고, 치료 약도 많지 않다는 소리에 낙담했다. 치료를 시작하고 나선 식사를 잘하지 못해 힘들었다. 지금은 음식 먹기가 좀 더 수월해졌고 하루 7000~8000보씩 걸으면서 나름대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진단 당시 해를 넘기기 힘들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지금껏 살아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고 감사하다. 의사 처방을 잘 따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계속 힘을 내보려고 한다.”

-환자·보호자에게 해줄 조언은.
안 교수 “치료 불모지로만 여겨졌던 소세포폐암 분야에 최근 들어 임상 연구가 활발하고 일부는 치료제로서 시장에 나왔다. 치료를 빨리 포기하는 환자가 많은데, 전문의와 상의해 사용할 수 있는 약들을 잘 조합해 치료 전략을 세운다면 앞선 환자와 같이 2~3년도 충분히 생존하면서 만성질환처럼 접근할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을 명심하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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