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량급 金 메친 '마장동 고깃집 아들' 김민종 "진짜 역사는 파리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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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에서 39년 만에 한국에 최중량급 금메달을 안긴 김민종. 사진 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캡처

세계선수권에서 39년 만에 한국에 최중량급 금메달을 안긴 김민종. 사진 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캡처

유도 국가대표 최중량급 간판 김민종(양평군청)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며 파리올림픽 금빛 전망을 밝혔다.

세계랭킹 6위 김민종은 24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 이상급 결승에서 구람 투시슈빌리(조지아)를 한판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건 지난 2018년 73㎏급 안창림과 100㎏급 조구함(이상 은퇴) 이후 6년 만이다. 아울러 남자 최중량급에서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건 지난 1985년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이다.

시상식에서 시상대 한 가운데 선 금메달리스트 김민종. 사진 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캡처

시상식에서 시상대 한 가운데 선 금메달리스트 김민종. 사진 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캡처

김민종은 8강에서 슬로바키아의 피젤 마리우스를 발뒤축후리기 한판으로 꺾은 뒤 준결승에서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체코의 루카스 크르팔레크를 모로걸기 절반으로 제압했다. 상승세를 탄 김민종에겐 결승에서 만난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투시슈빌리도 적수가 되지 못 했다. 경기 종료를 20여 초 남긴 상황에서 상대의 어깨로 메치기 공격을 방어한 뒤 가로누르기로 반격에 나서 한판승을 거뒀다.

김민종은 보성고 3학년 때인 지난 2018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 이듬해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유도 중량급 간판으로 떠올랐다. 도쿄올림픽에서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이후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입상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민종의 별명은 ‘마장동 고깃집 아들’이다. 진천선수촌 훈련 일정이 없을 때 아버지가 운영하는 마장동 축산물시장 내 정육점에서 고기 나르는 일을 돕는다. 45㎏ 정도 나가는 고깃덩이를 동시에 두 개씩 들어 나르는데, 트럭에 한가득 실려 들어온 고깃덩이를 쉬지 않고 옮기며 근력과 지구력을 키웠다. 키 2m 이상, 체중 150㎏ 이상 나가는 거구들이 판을 치는 무제한급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1m85㎝ 140㎏)에도 불구하고 김민종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김민종은 훈련이 없는 날 아버지가 운영하는 마장동 정육점에서 고기 나르는 일을 돕는 효자 아들이기도 하다. 김상선 기자

김민종은 훈련이 없는 날 아버지가 운영하는 마장동 정육점에서 고기 나르는 일을 돕는 효자 아들이기도 하다. 김상선 기자

이와 관련해 김민종은 과거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고기로 다진 힘과 체중은 안 밀린다. 무제한급의 매력은 체급을 초월해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넘기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김민종은 배우 마동석의 출연한 영화를 즐겨 본다. 영화 속에서 발산하는 카리스마가 매력적이어서다. 이와 관련해 “나 또한 경기장에서 절대 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줄 것”이라 언급한 그는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유도는 여자 78㎏ 이상급에서 김하윤(안산시청)이 동메달을 목에 걸며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개인전을 마무리했다. 김민종과 함께 여자 57㎏급 허미미(경북체육회)가 나란히 금메달을 획득해 파리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김민종은 “가장 중요한 파리올림픽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세계선수권 금메달도 중요한 성과지만, 진짜 역사는 두 달 뒤 파리에서 쓰고 싶다. 오늘 느낀 기쁨의 감정을 모두 잊고 다시 훈련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세계선수권 우승을 확정지은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포효하는 김민종. 사진 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캡처

세계선수권 우승을 확정지은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포효하는 김민종. 사진 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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