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인데 부끄럽다…“한국 남녀 임금격차 3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OECD 국가 ‘근로자의 삶’

한국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최근 들어 상승하면서, 일본을 추월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도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여전히 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OECD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 평균임금은 4만8922달러(약 6667만5700원)로 OECD 38개 회원국 중 19번째로 높았다. 전체 회원국 평균 임금(5만3416달러)과 비교해서 약 91.6% 수준이다.

2012년에만 해도 한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3만9660달러)은 OECD 전체 평균 임금(4만9003달러)의 80.9%로 회원국 중 23번째였다. 하지만 한국과 OECD 회원국과의 임금 격차는 그 이후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최저 임금이 본격적으로 올랐던 2020년에는 OECD 평균(5만3448달러)과 비교한 한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4만8294달러)이 역사상 처음으로 90%를 넘어섰다.

2022년 38개 OECD 회원국 중 평균임금이 가장 높은 곳은 아이슬란드(7만9473달러)로, 이어 룩셈부르크(7만8310달러)·미국(7만7463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가장 낮은 곳은 멕시코(1만6685달러)였고, 그리스(2만5979달러)·슬로바키아(2만6263달러) 등이 하위권이었다.

전체 경제력 규모에서 한국보다 큰 일본(4만1509달러)도 OECD 회원국 중 평균임금이 25번째에 불과했다. 한국 평균임금의 84.8%에 불과한 수준이다. 오랜 기간 저성장과 낮은 물가 상승률에 시달렸던 일본은 평균임금 오름세도 정체돼 있었다. 이 영향에 지난 2014년에 처음 평균 임금이 한국에 역전당한 후 격차가 최근까지도 계속 벌어졌다. 실제 일본이 경제 호황을 구가하던 1992년의 평균 임금(4만434달러)은 한국(2만6214달러)의 약 1.5배였다.

최저임금 상승 기조에 따라 최근 한국의 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점도 일본과 격차를 벌린 이유 중 하나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을 2022년(9160원)까지 41.6% 끌어 올렸다. 일각에선 노동생산성을 감안할 때 한국의 임금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과 비교했을 때 37개국 중 33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평균임금이 상승하면서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지만, 성별과 기업 규모별, 근로 방식별 격차는 여전히 심하다.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22년 기준 31.2%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일본(21.3%)·미국(17%)과 비교해서도 높다. 출산 및 육아 부담 등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많은 데다,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저임금에 속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상당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대기업 근로자 평균소득은 월 591만원(세전)으로 중소기업 평균소득(286만원)의 2.1배에 달했다. 근로 형태별 임금 차별도 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말에 발표한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2만4799원으로 비정규직(1만7586원)의 1.4배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상승 등의 효과로 전체 평균임금은 올라갔지만, 오히려 저임금군에 속했던 일자리가 상승한 최저임금을 맞추지 못해 사라지거나 시간제 일자리로 바뀌면서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