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선 타자 이름 안봐요”…배짱까지 갖췄다, 두산 김택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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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5월 등판한 11경기 중 10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은 두산의 ‘특급 신인’ 김택연. 2군에 다녀온 뒤 대담해진 피칭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뉴스1]

5월 등판한 11경기 중 10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은 두산의 ‘특급 신인’ 김택연. 2군에 다녀온 뒤 대담해진 피칭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뉴스1]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SSG 랜더스와 맞붙은 지난 22일 서울 잠실구장.

1-1 동점으로 맞선 7회 초 1사 3루에서 홈팀 불펜 문이 열리더니 등 번호 63번을 단 투수가 그라운드로 달려 나왔다. 그 순간 1루 쪽 두산 관중석에선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산의 ‘특급 신인’ 김택연(19)이 팀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참이었다.

김택연은 두산이 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한 오른손 투수다. 인천고 시절 청소년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될성부른 떡잎’이었는데 프로 첫 시즌부터 빠른 속도로 1군에 자리 잡고 있다. 김택연을 향한 두산 팬들의 애정도 대단하다. 그가 등판할 때면 팬들의 함성은 유독 커지고, 홈 관중석은 기대감으로 가득 찬다.

김택연도 그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팬들이 크게 환호해주시는 걸 경기에 나갈 때마다 느낀다. 그렇게 응원해 주시니 나도 정말 힘이 많이 난다”며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매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말만 앞서는 게 아니다. 김택연은 이날 등판하자마자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타자인 SSG 최정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급한 불을 껐다. 풀카운트에서 던진 6구째 높은 직구(시속 151㎞)에 베테랑 최정의 배트가 헛돌았다. 이어 올 시즌 타율 1위에 올라 있던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실점을 막았다. 이승엽 감독조차 “위기에서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이 대단하다”며 감탄했을 정도다.

그렇게 대담한 피칭을 한 비결을 묻자 김택연은 “최정 선배님이 대단한 분이라는 걸 누구나 알지만, 마운드에선 타자 이름을 보지 않고 승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공을 100% 던지는 데만 집중하려고 했다”며 “팀이 내게 위기 상황을 믿고 맡긴다는 건, 타자가 누구든 내가 던질 수 있는 가장 강한 공을 던지라는 의미일 거다. 그래서 직구 승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프로 데뷔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지난 3월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선 LA 다저스 강타선을 상대로 삼진 2개를 잡아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프로 데뷔전인 3월 23일 NC 다이노스전에선 1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첫 3경기에서 시행착오를 겪다 3월 30일부터 열흘간 2군에 다녀왔다.

김택연은 “서울시리즈 이후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했는데 개막 후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한 영향도 조금 받은 것 같다. 2군에 가게 됐을 때 나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고, 팀의 기대에 못 미친 것 같아 힘들었다”며 “2군에서는 마음의 짐을 내려두고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자’는 다짐을 한 다음 다시 (1군으로)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김택연은 결국 반등에 성공했다. 22일까지 2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90을 기록하면서 철벽같은 방패로 두산 불펜을 지키고 있다. 특히 5월엔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하고 있다. 이달 등판한 11경기 중 10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유독 치열한 올해 신인왕 레이스에서 김택연이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그래도 그는 “황준서(한화 이글스)와 전미르(롯데 자이언츠) 등 입단 동기들이 다들 잘하고 있어서 신인왕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런 욕심은 2군에 갔을 때 다 버리고 왔다”고 손사래를 쳤다. 김택연은 이어 “1군에서 계속 공을 던지면서 시즌 초보다 정말 많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잘 치르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택연

생년월일=2005년 6월 3일
키·체중=1m81㎝·88㎏
출신교=동막초-상인천중-인천고
프로 입단=2024년 두산 1라운드(전체 2순위) 지명
입단 계약금=3억5000만원
2024년 성적=22경기 2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90 (22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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