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초산 늦거나 체지방 비율 높으면 유방암 위험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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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차치환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

유방암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여성 암으로 전체 여성 암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유방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인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는 과체중 혹은 비만이다. 특히 폐경 후 여성에게 있어 높은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유방암의 대표적인 위험 인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유방암 발병과 연관 있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전구체가 지방조직으로부터 유래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BMI가 정상이라고 해도 체지방 비율이 높으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둘째, 이른 나이에 초경을 시작하거나 폐경이 늦은 경우다. 이때는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유방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출산 경험이 없어도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유방암 발생 위험이 커지며 초산 나이가 늦어도 마찬가지다.

셋째, 치밀 유방이다. 유방 조직의 치밀도는 유선을 비롯한 결합조직과 지방조직의 비율로 결정되는데, 유방의 치밀 조직이 75% 이상일 때 유방암 발병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상당수는 치밀 유방을 갖고 있다. 치밀도가 매우 심한 경우에는 유방 촬영술에 의한 진단의 민감도가 떨어지므로 검진 시 유방 초음파를 함께 시행하는 게 좋다.

넷째, 갱년기 호르몬 치료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병합된 여성호르몬 제제는 자궁 적출술을 받지 않은 여성에게서 유방암 발생 비율을 높인다. 그러나 이전에 자궁 적출술을 받은 여성에게 에스트로겐 단독 제제를 사용하는 건 유방암의 발생과 관계가 없다.

다섯째, 큰 키다. 키가 175㎝ 이상인 여성은 160㎝ 미만의 여성보다 20% 더 유방암에 잘 걸린다는 연구가 있다. 이외에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음주·흡연을 즐기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국가 암 검진 등을 통해 주기적인 유방 초음파 검사를 받길 권유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폐경 전 유방암 환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며, 특히 40대 젊은 환자가 많다. 따라서 40세 이상부터는 정기적인 유방암 검진이 필수적이다. 이뿐 아니라 모유 수유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체중 조절, 저지방 식단은 유방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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