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회고록 ‘김정숙 외교’ 논란…‘3김 여사 특검’ 불똥 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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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외교 비화를 담은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단독 방문(2018년)에 대해 “영부인의 첫 단독외교”라는 입장을 처음으로 내놨다. 외유성 출장 논란에 대한 사실상의 반박 성격인데, 여당은 특검부터 해야 한다며 맹공에 나섰다.

19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이 진열돼 있다. [뉴스1]

19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이 진열돼 있다. [뉴스1]

19일 회고록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2018년 인도 방문을 언급하며 “당시 모디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조성 계획을 설명하면서, 개장 때 꼭 다시 와 달라고 초청했다”고 밝히고 “인도를 또 가기가 어려워 고사했더니 인도 측에서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하더라. 그래서 아내가 대신 개장 행사에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얘기를 소상하게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도 아내가 나랏돈으로 관광 여행을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배우자의) 첫 단독외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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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놓고는 정치권 안팎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국고 손실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이종배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김 여사가 인도 측 초청이 없었음에도 스스로 초청을 요청해 타지마할을 방문한 건 사실상 여행 목적으로 예비비를 편성해 사용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이라며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지만, 진전은 없는 상태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창수 지검장이 취임 후 “캐비닛 오명(사건을 묵혀둔다는 의미)을 벗기 위해서라도 법리와 증거에 따라 모든 사건을 열고 빠르게 수사하라”고 강조한 것을 두고 수사 흐름에 대한 미묘한 변화 시도로 보는 시선도 있다.

2018년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2018년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해명’을 난타했다. 윤상현 의원은 19일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가 첫 단독외교로 둔갑했다”며 “만약 대통령 부인에 대해 특검이 필요하다면 김정숙 여사가 먼저”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야당의 특검 공세를 겨냥한 것이다. 전날엔 배현진 의원이 “국정감사를 통해 외교부가 김정숙 여사를 초청해 달라고 인도 측에 먼저 요청한 ‘셀프 초청’ 사실을 확인했다”며 “진짜 단독외교를 했다면 외교부 보고서에 왜 안 남았냐”고 따졌다.

민주당 지도부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나오지 않았다. 친명계 재선 의원은 “우리가 방어 태세에 나서면 국민의힘이 밀고 있는 ‘3김(김건희·김정숙·김혜경) 여사 특검’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된다”며 “전 정권 심판론이 다시 떠오르는 건 이재명 대표의 대권 행보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19일 “해외 순방 중 김건희 여사의 명품 매장 방문 사실도 외교 행보라고 방어하던 국민의힘은 왜곡과 곡해로 점철된 공격을 하고 있다”며 “책 내용의 극히 일부만 보고 성과를 깎아내리고 있어 구차하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친명 지도부의 침묵을 두고 ‘문(문재인)-명(이재명) 연대’의 종료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재명 대표가 4·10 총선 승리 후 한 달 넘게 문 전 대통령을 찾지 않은 것도 이런 징후로 거론된다. 야권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도 문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바람에 민주당이 PK(부산·경남)에서 완패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며 “친명계는 문 전 대통령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더 적극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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