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시 관련 절차 속도" 의협 "동네병원도 단체행동 힘 합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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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호 02면

17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병원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17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병원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의대 2000명 증원을 멈춰 달라며 의료계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기각·각하한 데 따른 후폭풍이 만만찮다. 정부와 의료계는 17일에도 정반대의 입장을 내며 대치를 이어갔다. 여기에 법원 결정 이후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의정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을 내려준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법부의 뜻을 존중해 의료 현장의 갈등을 조속히 매듭짓고 의료 시스템 개혁을 위한 사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4대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 의료개혁 추진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겠다”며 “의료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보다 나은 의료 환경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고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며 “갈등의 국면을 신뢰의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더 이상의 혼란이 없도록 2025학년도 대학 입시 관련 절차도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는 “이번 사법부의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전국의대교수 비대위(전의비) 등 4개 의료계 단체는 이날 발표한 합동 입장문에서 “증원은 공공복리를 위한 게 아니라 향후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 결정은 필수의료에 종사할 전공의와 교수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그동안 대한민국을 관통해 온 ‘관치 의료’를 종식하고 의료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해 온 모든 행위를 멈추게 할 것”이라며 투쟁 수위를 높여갈 것임을 예고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판부가 완전히 공공복리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철저히 망가뜨리는 마지막 사망 선고일이 어제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 회장은 “전공의들은 이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고 의대생들도 유급을 불사하겠다고 한다”며 “교수님들도 굉장히 격앙돼 있다. (의협과) 완벽하게 같이 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법원 결정이 의료계 단일대오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입장도 밝혔다. 개원의·봉직의 등이 단체 행동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임 회장은 “동네 병원 선생님들과 2차 병원 봉직의들도 이제 전공의들만 저렇게 두지 말고 같이 힘을 합쳐서 움직이자는 얘기가 의협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더 나아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서울고법 판사를 겨냥해 “대법관에 대한 (승진)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며 회유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도 “지금 개원의나 (2차급) 종합병원은 잘 유지가 되는 상태인 만큼 이제 의협 차원에서 (휴진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앞서 주 1회 휴진 등에 나섰지만 참여 여부는 교수들의 자발적인 판단에 맡겨 파급력이 크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이렇게 가다가는 병원들이 도산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휴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지금도 (의료 공백이) 심각한데 앞으로 이게 쭉 갈 거라는 걸 환자들도 아셔야 한다”고 했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도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세대·부산대·제주대·성균관대 의대 등 학생 비대위는 “사법부의 결정과 관계없이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이뤄낼 때까지 학업 중단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이날 대법원에 재항고도 제기했다. 의료계 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이미 서울고법에 모든 자료가 제출됐기 때문에 대법원이 서둘러 진행하기만 하면 5월 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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