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걸려 완성한 24인조 트리플에스, 물량공세 제대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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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에스는 24인으로 구성된 국내 최다 인원 걸그룹이다. 사진 모드하우스

트리플에스는 24인으로 구성된 국내 최다 인원 걸그룹이다. 사진 모드하우스

우리는 하나이자 스물 넷입니다.

그룹 트리플에스의 소개 멘트다. 이들은 국내 최다 인원 걸그룹으로, 보이그룹 NCT(26명) 다음으로 멤버 수가 많다. 2001~2010년 사이에 태어난 한국인 17명, 일본인 4명, 대만-베트남 복수국적 1명, 중국인 1명, 태국인 1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8일 첫 정규 ‘어셈블24’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걸스 네버 다이’로 활동 중이다.

멤버가 많으니 음악방송 활동은 쉽지 않다. 대형버스 혹은 카니발 5대로 서둘러 움직이는 것이 일상이다. 전문가 8명이 붙어 헤어·메이크업을 완성한다. 음악방송 네 번을 나간다면 의상만 96벌이고 각종 액세서리와 소품들까지 챙겨야 해서 스타일리스트 팀(4~5명)이 붙어도 손발이 모자란단다. 식사는 24명의 취향에 맞춰 8명의 매니저들이 옮겨준다. 방송국에서 “쇼의 엔딩 무대가 좁으니 올라오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트리플에스는 지난 8일 완전체 컴백 쇼케이스를 열었다. 사진 연합뉴스

트리플에스는 지난 8일 완전체 컴백 쇼케이스를 열었다. 사진 연합뉴스

반면 다인원의 장점은 뚜렷하다. 멤버가 적은 그룹은 댄서와 함께 풍성한 퍼포먼스를 연출해야 하는데, 트리플에스는 내부에서 뭐든지 가능하다. 24인 칼군무부터 소유닛 안무까지 트리플에스만의 다채로운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 팬 입장에선 24명 중 ‘최애’(최고로 좋아하는 멤버)를 찾는 재미도 있다. 독창적인 콘셉트에 매료된 팬들 덕분에 트리플에스는 완전체 활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커리어하이를 써내려가고 있다.

‘걸스 네버 다이’는 음원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100만 스트리밍을 돌파했고, 유튜브에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8일째 700만 뷰를 넘었다. 음반은 초동 기간(발매 후 일주일) 15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한터차트 기준 올해 발매한 걸그룹 중 초동 기록 9위에 해당하는 판매량이다.

트리플에스 윤서연은 지난 14일 방송된 SBS M '더 쇼'에서 첫 1위에 올라 감격했다. 사진 '더 쇼' 유튜브

트리플에스 윤서연은 지난 14일 방송된 SBS M '더 쇼'에서 첫 1위에 올라 감격했다. 사진 '더 쇼' 유튜브

지난 14일엔 SBS M ‘더 쇼’에서 음악방송 첫 1위를 차지했다. 방송에서 트로피를 안고 눈물을 쏟은 윤서연은 “재수생에서 갑자기 아이돌이 되었는데, 심지어 트리플에스란 그룹의 첫 번째 멤버였다. 부족하고 아무것도 몰랐을 시절부터 트리플에스와 함께 했기에 1위를 한 순간, 스스로의 대견함과 팬·소속사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고 중앙일보에 소감을 밝혔다.

2년 걸려 모집한 24명

트리플에스는 윤서연을 시작으로 스물 넷의 멤버를 꾸리기까지 2년이 걸렸다. 소속사 모드하우스 정병기 대표는 처음부터 ‘24인조 초대형 걸그룹 프로젝트’를 예고하고 멤버를 모집해 왔다. 첫 멤버인 윤서연(S1)은 2022년 5월 1일에 공개됐고, 마지막 멤버인 지연(S24)은 2024년 4월 4일에 베일을 벗었다. 소속사는 멤버 공개 순서에 따라 ‘S1~S24’까지 번호를 부여해, 멤버들을 구분하고 있다.

사진 모드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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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의 이력은 다양하다. 수능 공부를 하다 데뷔한 윤서연(S1)처럼 주빈(S18)은 국제학교에 재학 중 걸그룹에 도전하게 됐다. 이외에도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MC 출신 김채연(S4), MBC ‘방과후 설렘’ 출신 이지우(S3)·김유연(S5), Mnet ‘걸스 플래닛’ 출신 코토네(S11)·니엔(S13)·신위(S15), 가수 비비 친동생 김나경(S7)처럼 이름이 알려진 멤버도 다수다.

도쿄 명문대인 메이지대학을 다니다가 한국에 온 마유(S16)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 아이돌을 보면서 꿈을 키웠는데, 부모님께선 명문대에 들어가길 바라셨다. 그래서 명문대에 가면 좀 더 제 의견을 들어주시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 합격 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K팝 아카데미에 다니다가 데뷔하게 됐다”며 가수의 꿈을 이룬 과정을 전했다. 그는 현재 경제학과를 휴학하고 한국 아이돌 생활에 집중하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첫 정규앨범 '어셈블24' 발표회에서 포즈 취하는 트리플에스 마유. 사진 연합뉴스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첫 정규앨범 '어셈블24' 발표회에서 포즈 취하는 트리플에스 마유. 사진 연합뉴스

K팝에 적용한 日AKB48 시스템 어떨까

트리플에스엔 24인을 유지하는 별도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콘셉트에 맞는 유닛 멤버를 꾸리고,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등 제작 전반의 과정에 팬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코스모라는 자체 앱을 통해 표를 행사할 수 있고, 그렇게 꾸려진 유닛은 ‘디멘션’이라고 칭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디멘션은 AAA, KRE, 러블루션 등이 있다.

투표권은 ‘오브젝트’(Objekt)라 불리는 대체불가토큰(NFT) 기반의 멤버 포토카드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오브젝트 매출은 소속사의 투자금과 관계없이, 멤버들의 수익 정산에 포함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로 그룹 활동이 정해지는 독특한 운영방식은 트리플에스에 ‘세계 최초 탈중앙형 아이돌’이라는 별칭을 가져다줬다.

팬들은 모드하우스가 자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에서 멤버들과 소통할 수 있다. 사진 앱 코스모

팬들은 모드하우스가 자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에서 멤버들과 소통할 수 있다. 사진 앱 코스모

이런 투표법은 인기투표로 활동 멤버가 바뀌는 일본 걸그룹 AKB48 시스템을 떠올리게 한다. AKB48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인기투표 이벤트를 개최하고, 100명이 넘는 멤버 중 활동할 16명을 뽑아왔다. 이 방식은 일본에서 대통령 선거급으로 주목받았을 정도로 화제였다.

트리플에스는 AKB48 시스템을 발전시켜 K팝에 접목한 사례다. 경쟁심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있지만, 멤버들은 팬을 통해 그려갈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윤서연은 “팬 분들이 직접 정해주는 미래를 기대하고 즐기고 있다. 우리만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는 트리플에스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마유는 “경쟁이라는 느낌은 아니다. 어떤 콘셉트에 누가 더 잘 어울리는지를 팬 분들이 선택해주시는 것”이라며 “우리를 믿고 선택해주시는 콘셉트를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모드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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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에스는 일본에서도 같은 운영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일본 소니 뮤직의 레이블 SME 레코드와 손을 잡고 활동에 나서며 매니지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일본법인 스트림 미디어 코퍼레이션(Stream Media Corporation)과 레갈리아스(Ligareaz)가 공동으로 담당한다. 현지 데뷔일은 추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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