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판결 후폭풍…“의료개혁 중요 전환점”vs“완전한 사망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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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5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5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의대 증원을 멈춰달라며 의료계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기각·각하한 데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의료계와 정부는 정반대 입장을 내며 대치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어제 내려진 사법부의 판단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고,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며 “갈등의 국면을 신뢰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에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님들에게 더 이상의 혼란이 없도록 2025학년도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사법부 결정, 끝 아닌 시작…관치 의료 종식할 것” 

의료계는 “이번 사법부의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4개 의료계 단체는 합동 입장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관통해온 관치 의료를 종식하고 의료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해온 모든 행위를 멈추게 할 것”이라며 투쟁 수위를 높일 것을 예고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절차적 근거가 소명 안 됐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정부는 2000명 증원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한 번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나 전문위원회, 의료현안협의체와 논의한 일이 없었다”며 “오로지 발표 당일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회의 시간에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켰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정원 수요조사 당시 교육부와 대학 등에서 오간 소통 내용과 공문 ▶의학교육 점검 평가 과정 보고서 ▶배정위원회 회의록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재판부가 완전히 공공복리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철저히 망가뜨리는 마지막 사망선고일이 어제였다”며 “전공의들은 이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고, 의대생들도 유급을 불사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의대) 예과 1학년부터 레지던트 4년 차까지, 대략 10년간의 의료공백이 생기는 것”이라며 “교수님들도 굉장히 격앙돼있다. (의협과) 완벽하게 같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이 단일대오를 강화할 계기가 될 거란 입장이다. 개원의·봉직의 등이 단체 행동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내비쳤다. 임 회장은 “동네 병원 선생님들과 2차 병원 봉직의들도 이제 전공의들만 저렇게 두지 말고, 같이 힘을 합쳐서 움직이자는 얘기가 의협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대의 정원 증원 문제가 장기간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16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부축하며 재활 치료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와 의대의 정원 증원 문제가 장기간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16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부축하며 재활 치료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도 “지금 개원의나 (2차급) 종합병원은 잘 유지가 되는 상태라 이제 의협 차원에서 (휴진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앞서 주 1회 휴진 등을 벌였지만, 참여 여부는 각 교수 자발적인 판단에 맡겨 파급력이 크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이렇게 가다 병원들이 도산할 거란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휴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지금도 (의료공백이) 심각한데, 앞으로 이게 쭉 갈 거라는 걸 환자들도 아셔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는 이날 오전 대법원에 재항고도 제기했다. 의료계 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재항고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미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에 모든 자료가 제출됐기 때문에 대법원이 서둘러서 진행하기만 하면 5월 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날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의대생들의 원고적격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 긴급성까지 전부 인정했다”며 “1심 각하결정에서 9부 능선까지 올라왔다. 90% 승소인데 10% 부족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전병왕 실장은 의료계 재항고 관련, “재판부 결정은 확정이 됐다고 본다”라며 “똑같이 대응해서 문제가 없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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