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스러운 유쾌함 담아 기쁨 전달하고파”...키린 창립자가 주얼리를 만든 이유 [더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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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얼리란 문화를 담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웨어 러블 아트이자 감정을 전달하는 개인적인 표현 도구다.”

주얼리 브랜드 키린(Qeelin)의 창립자인 데니스 챈의 말이다. 아티스트이자 사진가, 제품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그는 동양의 상징물을 현대적이고 위트 있게 풀어낸 주얼리를 만든다. 지난달 일본 도쿄 긴자 거리에 새로운 플래그십 매장을 열며, 현장을 찾은 그를 만났다.

주얼리 브랜드 키린의 대표 컬렉션인 '울루'. [사진 키린].

주얼리 브랜드 키린의 대표 컬렉션인 '울루'. [사진 키린].

키린 창립자 데니스 챈. [사진 키린].

키린 창립자 데니스 챈. [사진 키린].

당신의 다재다능한 능력이면 어떤 품목의 브랜드도 가능했을 텐데 주얼리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주얼리는 어린 시절부터 저에겐 항상 열정의 대상이었다. 복잡한 헬멧 디자인에서부터 섬세한 시계에 이르기까지 제품 디자인으로 경력을 시작지만, 내가 디자인한 시계는 다른 브랜드 이름으로 라벨을 붙여야 해 늘 아쉬웠다. 평생 만들고 싶었던 하이 퀄러티 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고민했고, 그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주얼리를 선택했다. 주얼리는 시대를 초월하고 후세에 전해질 수 있다. 멋진 주얼리 디자인으로 나아가는 것은 디자인 열정의 자연스러운 확장이었다.”

키린의 대표 컬렉션 울루의 경우, 조롱박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조롱박은 행운·번영·축복을 나타내는 동양 문화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키린을 만들기 위해 처음 영감을 얻은 둔황의 모가오 석굴 벽화에서도 조롱박 문양은 보석과 장식품 그리고 컵, 하프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나는 이를 사용해 전통 중국 신앙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니멀리즘 라인을 사용하고 아방가르드와 조화를 통합하는 등 현대적인 디자인 감성을 주입해 울루는 시간·문화·예술을 초월하는 상징이 됐다.“

글로벌 브랜드로 전개하기에 동양적 모티브가 제한성을 가진다는 우려는 없었나.

“오히려 동양의 상징에 대한 키린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키린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해 동양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부분이 시장에서 차별화하고, 브랜드의 유산과 현대성의 결합을 높이 평가한 다양한 고객층을 유치할 수 있었다.

최근 문을 연 키린 긴자 플래그십 매장. [사진 키린].

최근 문을 연 키린 긴자 플래그십 매장. [사진 키린].

키린 울루 귀걸이와 목걸이를 착용한 모델. [사진 키린].

키린 울루 귀걸이와 목걸이를 착용한 모델. [사진 키린].

키린의 컬렉션엔 독특한 해학이 담겨있다. 판다, 시시의 얼굴은 귀여워서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질 정도다. 판다를 주인공으로 한 보보(Bo Bo) 컬렉션은 브랜드를 ‘장난스러운 유쾌함(playful)’이란 말로 설명하게 한다. 전통 사자탈을 모티브로 한 시시(XiXi) 컬렉션은 축하와 기쁨과 관련이 있다. 사자춤은 중국 축제에서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기쁨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활기차고, 강력하며,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이다. 또한 한나라 때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 전해진 전설적인 사자는 봉황, 용, 기린(Qilin) 과 함께 중국의 4대 영물 중 하나로 추앙 받았다.

주얼리가 밝고 따스한 느낌을 준다. 주얼리를 통해 착용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나는 사람들이 우리 주얼리를 착용했을 때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편안하길 바란다. 프랑스 파리에서 한 여성이 청바지에 단순한 티셔츠를 입고 울루 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여성의 모습은 세련되면서도 편안해보였는데, 이것이 바로 내가 그리는 키린 주얼리의 모습이다. 유쾌하고 의미 있는 디자인을 통해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선사하고 싶다.”

판다를 그려낸 보보 컬렉션의 경우 여느 파인 주얼리와 다르게 귀엽다. 이렇듯 귀엽게 만든 이유가 있나.

“테디베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서양에서 테디베어는 거의 모든 아이의 손과 그림자를 따라다니는 친밀한 놀이 파트너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이와 대부분의 어른에게서 열렬한 팬을 발견하는 대체 불가능한 고전적 상징이다. 나는 테디베어 수집가로서 동양에서도 아이들에게 환상적인 동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보보 컬렉션을 만들었다. 디자인 측면에서 기존의 아이디어에서 벗어나 청순한 판다와 테디베어의 몸을 창의적으로 결합해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지는 매력을 만들었습니다. '보보'라는 이름은 중국어 '바오'와 어우러져 '귀중함'으로 해석된다.”

키린 보보 컬렉션. [사진 키린].

키린 보보 컬렉션. [사진 키린].

2004년 파리에서 론칭한 키린은 이후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 현재 전 세계에 100여 개의 부티크를 운영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론칭 10년 만에 세계 럭셔리 산업을 이끄는 거대 회사 케어링(Kering) 그룹이 지분 인수를 해 화제가 됐다. 구찌·생로랑·보테가 베네타 등 유수 럭셔리 브랜드를 전개하는 케어링 그룹의 투자는 곧 이들의 잠재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린의 성장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나.

“독특한 브랜드 포지셔닝, 혁신적인 디자인, 뛰어난 제품 품질. 이 세 가지 덕분이다. 아시아 문화의 본질을 현대적인 맥락에서 표현하는 키린의 능력은 세계 소비자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또 지난해부터 한국 가수 겸 배우인 임윤아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발탁했고, 올해는 일본 도쿄 긴자에 새로운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다. 나는 앞으로 키린이 현대적인 동양의 미학을 더 넓은 세계 무대에 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키린의 주얼리는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앞으로 더 기대해도 될 만한 컬렉션이 많이 준비돼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고 또 좋아하는 컬렉션은 ‘뉴 뱀부(new BAMBO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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