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난치성 투병 치료 써달라" 시몬스 기부 벌써 15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국내 기업 최초로 지원 ‘삼성서울병원 완화의료팀’에 듣는 성과와 과제

시몬스 침대(대표 안정호)는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의료 체계 붕괴 위기 속에서 소외될 수 있는 소아암 및 중증 희귀, 난치성 투병 환아들의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원장 박승우)에 3억원을 기부했다. 이후 매년 선행을 이어가며 2024년 현재 누적 기부금 15억원을 달성했다. 시몬스 침대의 지원으로 지금까지 130여 명의 환아가 치료를 받고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국내 기업 최초로 삼성서울병원 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도 지원하며 기부문화 저변을 넓히고 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란 중증 질환을 겪는 환아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통증 조절을 통한 환아 삶의 질 개선 ▶환아 및 가족의 심리·사회적 지원 ▶환아의 신체·정서적 발달 지원 ▶임종 및 사별 가족 돌봄 등의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투병 생활의 각종 어려움을 돕는 것을 말한다.

시몬스 침대는 올해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 대한 지원 확대는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재택의료파트·단기입원파트·병원학교까지 아우르는 소아청소년통합케어센터 출범을 도울 예정이다. 현재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환아들의 완화의료뿐만 아니라 재택의료나 단기입원 등의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몬스 침대, 기부 외 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환아 도와

    시몬스가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삼성서울병원 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를 지원 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의 조희연 교수, 노현승 임상강사, 고혜진 간호사, 이수현 의료사회복지사(왼쪽부터). [사진 시몬스 침대]

시몬스가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삼성서울병원 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를 지원 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의 조희연 교수, 노현승 임상강사, 고혜진 간호사, 이수현 의료사회복지사(왼쪽부터). [사진 시몬스 침대]

시몬스 침대는 기부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환아들을 돕고 있다. 지난해 어린이날을 앞두고 환아 및 가족을 초청해 진행한 행사가 대표적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코미디 및 과학 공연을 비롯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환아 개개인의 특이사항을 반영한 맞춤형 식사를 제공해 오랜 투병에 지친 환아와 가족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제품 판매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기도 한다. 시몬스 침대는 지난해 2월 업계 최초의 세상을 이롭게 하는 ESG침대 ‘뷰티레스트 1925’ 출시했는데, 이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소비자가격의 5%를 내년 완공 예정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의 리모델링 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ESG침대 ‘뷰티레스트 1925’는 출시 1년도 안 된 지난해 말 기준 2000개 이상 팔리며 누적 기부금 4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서울병원 완화의료팀의 소아청소년 신장분과 조희연 교수(이하 희연)와 전담 전문의 노현승 임상강사(이하 현승), 고혜진 전담 간호사(이하 혜진), 이수현 전담 의료사회복지사(이하 수현)에게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정의 및 과제, 시몬스 지원 성과 등에 대해 들었다.

“시몬스 침대 지원으로 만성 질환 어린이 삶의 질 향상”

시몬스 침대가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를 지원 중인데, 1년간의 성과는.
희연 “시몬스 침대 지원 덕분에 완화의료팀이 만들어졌다. 정부 시범사업으로 지원받아 필수인력인 전담 간호사, 의료사회복지사가 근무를 시작했고, 시몬스의 지원으로 상주 놀이 치료사, 임상심리 전문가가 함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만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에 합당한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만성질환 환아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선 병원에서의 완화팀, 집에서의 재택의료팀 케어와 함께 보호자를 위한 리스파이트 케어(respite care, 단기휴식서비스)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합케어라고 하는데, 시몬스 침대 덕분에 꿈이 현실이 될 것 같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 대해 설명해 달라.
현승 “완화의료는 대상이 성인이냐 소아냐에 따라 달라진다. 성인의 경우 임종기를 앞둔 환자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치료 대상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기에 특정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대상별로 맞춤형 서비스가 다양하다. 전문 상담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의 삶을 편하게 하는 것이 일차 목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이 올해 하반기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통합케어센터(이하 통합케어센터)’로 확장해 새롭게 출범한다.
현승 “통합케어센터는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에 소속되며, 완화의료파트를 중심으로 재택의료파트, 단기입원파트, 병원학교 등으로 구성된다. 완화의료파트의 경우 현재는 자문형 완화의료 형태의 진료가 중심인데, 향후 통합케어센터 출범에 발맞춰 사별가족 돌봄과 외래진료 연계 확대, 전문 인력 충원, 신생아 중환자실 내 임종실 설치와 같은 인프라 구축을 이어갈 계획이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혜진 “비암성 희귀난치질환이나 암을 앓다 치료는 끝났지만, 치료 부작용으로 예후가 좋지 않던 환아와 가족을 돌보는 병동 간호사였다. 내가 만났던 환아들은 완치 없이 증상을 조절하며 살았고, 감기만 걸려도 증상이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중환자실에 가거나 한 달 이상 장기 입원하는 경우도 잦았다. 이에 부모님들도 반복 입원과 24시간 돌봄으로 지쳐 있었다.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반겨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도였다. 2018년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사업이 시작됐고,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시몬스 침대의 지원으로 완화의료팀을 꾸린다는 소식을 듣고 ‘운명이다’고 생각해 지원했다. 환아와 가족의 고통·불안을 덜어 주는 친구이자 버팀목이 되고 싶다.”
수현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어린이의 권리를 보장·옹호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종합병원 봉사활동 중 가스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초등생을 만나며 소아 완화치료에 대해 알게 됐다. 생사를 오가는 큰 사고를 겪은 아이가 화상 흉터를 아이언맨의 심장에 비유하며 ‘자랑스러운 표창’으로 소개하는 것을 보고 인간 본연의 힘을 믿게 됐고, 소아 전문 의료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아이들과 가족의 삶의 질까지 높이는 시스템 구축”

올 하반기 출범할 통합케어센터는 재택의료까지 아우르게 된다. 재택의료 활성화 기대 효과는.
현승 “전공의 시절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뇌손상 환자를 만났다. 주요 치료가 끝나 요양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는데 6개월에서 1년 이상을 대기해야 했다. 이런 환자들이 퇴원해 집이나 요양원에 간다고 해도 전문 의료진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해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 역시 생업을 이어가야 해 힘들 수밖에 없다. 재택의료는 이런 일상 돌봄이 필요한 완화의료 대상자를 위해 의료진이 왕진을 시행하는 것이다. 다학제적 진료, 호흡기 관리, 상처 관리, 약제 처방 등 집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고, 보호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의료진과의 간단한 소통으로 진료받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통합케어센터의 궁극적 목표는.
희연 “희귀난치질환 환아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 발달을 이끌고, 신체·심리적 문제를 근거리에서 도움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게 하고 싶다. 아울러 가족뿐 아니라 사회가 함께 아이를 돌본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올해 이후 완화의료 지원 관련 기대되는 변화는.
희연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진 완화의료를 병원 내에 정착시키는 시기였다. 시몬스 침대의 지원과 함께 병원에서도 완화의료를 장기적인 사업으로 인식해 전문의를 배정하고 통합케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엔 재택의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엔 리스파이트 케어 관련 시설 및 인력을 보강해 부모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
완화의료 치료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혜진 “완화의료는 생명 위협 질환을 진단받는 순간부터 필요하다. 24시간 의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집에서 간호해야 하는 엄마, 아픈 아이를 돌보느라 챙길 수 없는 둘째 아이, 학교에 다니고싶지만, 의료기기에 몸을 맡겨야 하는 아이들의 학업 고민, 막대한 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문제까지, 의료기술의 발달로 환자의 수명은 늘었지만, 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현실은 아직도 막막하다. 누군가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은 폭넓은 대외활동과 적극적인 홍보 및 인식개선 활동을 통해 소아 완화의료의 필요성에 대해서 널리 알릴 계획이다.”
수현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달고 침대에서 24시간 누워 지내는 복합만성질환 환아의 보호자는 ‘집 밖으로 한걸음 뗄 엄두가 안 난다’고 말한다. 망망대해 같은 치료 여정에 생겨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중증소아 재택의료’ ‘중증소아 단기입원 서비스’와 같은 사회적 그물망은 그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는 등댓불이다. 그렇지만 아직 제도 안팎에서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 희귀난치질환 환아와 가족이 집 밖으로 걸음을 떼기 위해선 그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치료적 일상이 삶이 된 아이와 가족이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