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국어대 언어·문화 몸으로 익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부산외국어대는 대학 이름에 걸맞게 국제적으로 움직인다.

베트남어과 등 16개 외국어학과 3, 4학년의 경우 절반 가량이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두 개의 졸업장을 받는 야심 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외국의 현지 문화와 언어, 지식을 익히게 해 현지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는 '국제적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외국서 공부하는 학생 수만큼 태국.미얀마.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의 학생들이 유학을 온다.

이 프로그램은 공동 교육 시스템(Joint Educational System)으로 여러 나라 대학들과 협정을 맺어 학생들을 상대방 대학에 서로 보내 현지의 언어.문화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공동교육 시스템에는 '2+2'와 '3+1' 두 가지가 있다.

'2+2'는 부산외대와 현지 대학에서 각각 2년씩 공부한 뒤 두 대학에서 졸업장을 받는 복수학위제.

'3+1'은 3년은 부산외대서, 1년은 현지 대학에서 공부하지만 졸업장은 부산외에서만 받게 된다.

공동교육 시스템의 장점은 학생들이 휴학을 하지 않고 학기 중에 유학을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유학비용은 부산외대에서 낸 등록금으로 대신한다. 항공료와 개인 생활비만 더 들어가면 된다.

송향근 국제협력실장은 "2006년까지 16개 외국어학과가 모두 '2+2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이것이 정착되면 비 외국어학과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대학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동교육 시스템은 벌써 결실을 거두고 있다.

베트남어과 학생 10명이 지난 10월 20일 베트남 호치민인문사회대학에서 졸업장을 받았다.2001년 8월 베트남으로 떠난 지 2년 만이다.

이 학생들은 그동안 현지 학생들과 똑같이 생활했다. 베트남의 문화와 언어를 생생하게 익힌 셈이다.

덕분에 이들은 화승비나 등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 등에 대부분 일자리를 잡았다.

이 제도에 따라 베트남에만 부산외대생 23명이 파견돼 있고, 호치민인문사회대학 학생 18명이 부산외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베트남어과 황귀연 학과장은 "2년간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거의 완벽한 현지인으로 태어난다"며 "졸업 후 진로는 우선적으로 보장된다"고 말했다.

화승비나 백대현 사장은 최근 외국어대와 산학협정을 맺는 자리에서 "두 나라에서 복수학위를 받는 학생들은 전원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베트남어과는 내년에 베트남 북부지역의 하노이대학과도 이 같은 교류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대부분 베트남 남부지역에 진출해 있지만 북부지역으로도 서서히 뻗어가는 시점에 교류하게 된 것이다.

중국어과는 중국 천진외국어대학과 '2+2'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종한 홍보팀장은 "현재 총 92명의 학생이 '2+2 프로그램'에 따라 외국에 나가 있고,70명의 외국학생이 부산외대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상 아직은 2개국에서 복수학위를 받을 수 없는 나라도 있다.

그런 국가의 대학들과는 '3+1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화를 이루어나가고 있다.

부산외대생 42명은 멕시코 과달라하라대.중국 천진외국어대.일본 나가사키대에서 1년 기간으로 유학 중이다.

앞으로 미얀마 양곤외대.독일 바이로이트대.이태리 페루자대.인도네시아 UNJ대 등과도 '3+1'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송향근 국제협력실장은 "각국의 학생들과 늘 부대끼며 생활하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조성해 준다는 것이 대학의 계획"이라며 "현지 문화와 언어, 국제적 매너를 몸으로 익힌 인재를 배출해 놓으면 일자리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외대는 또 이번 1학기부터 교내에서 '국제 언어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일상회화 중심의 외국어교육이 아니라 직업과 연관된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심층교육을 하는 것이다.

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