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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다년생과 일년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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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경아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오경아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요즘 화단에 식물 심기가 한창이다. 헤아려보니 나 혼자 관리해야 할 화단의 개수가 여간 많은 게 아니다. 올해 내가 고른 식물의 조합은 보라와 분홍 그리고 흰색이다. 보라색 꽃을 피우는 매발톱·댈피니움·로벨리아를, 분홍색으로는 숙근세이지·사계국화·너도부추를 넣었다. 여기에 흰색이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색감이 연출된다. 잎 자체가 하얀색인 백묘국과 은사초·은쑥을 넣고, 안개초를 씨로 뿌려 마감했다.

행복한 가드닝

행복한 가드닝

웬만큼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이 꼭 묻는 질문이 있다. “다년생인가요? 월동은 하나요?” 한 번 심으면 내년에도 죽지 않고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는 걸 잘 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다년생의 경우는 한번 심으면 그 자리를 영원히 차지해 화단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 더불어 다년생은 늙어감을 어쩔 수 없다. 4, 5년이 지나면 뿌리째 캐내 포기나누기를 해주지 않으면 꽃을 잘 피우지 못한다. 그런데 이 포기나누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흙 자체를 퍼 올리고 나눠주는 일이 육체적으로 힘겹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년생과 월동을 하지 못해도 한 해 동안 풍성한 꽃을 장시간 피워주는 식물들을 권장한다. 일년생은 대부분 3~6개월 동안 꽃을 피워준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빈자리가 생겨, 내가 좋아하는 식물로 바꿔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게다가 일년생이라고 무조건 키가 작은 게 아니다. 해바라기는 2m를 넘어서고, 솔채·버베나·각시꽃 등은 사람 허리 정도까지 차오른다. 씨앗 발아도 일년생이라면 초보자의 경우도 실패가 거의 없다. 화분에 담아 실내에서 키우는 것도 일년생이 훨씬 유리하다.

정원은 ‘장식하고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생활공간이다. 그 안에서 심고, 가꾸고, 그걸 요리에도 쓰고, 꽃병에도 꽂아두고, 차로 마시기도 한다. 또 올해 어떤 식물을 키워볼까, 그 설레는 꿈을 꾸어보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