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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 착취해 판 키운 테무… 이대로라면 지속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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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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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턱밑’까지… 단숨에 829만 이용자 달성한 ‘테무’

최근 중국발 이커머스 테무(TEMU)의 급격한 성장세로 인해 국내 유통업계는 비상에 걸렸다. 작년 7월 국내시장에 본격 진출한 테무는 한달새 40%대의 이용자 수 증가를 기록해 11번가를 제친 것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테무의 국내 이용자 수가 지난 2월 580만 6000명에서 3월 829만 6000명으로 249만 명 증가했다.

테무 급성장의 배경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는 초저가 전략이다. 테무는 완전 위탁 방식을 채택하여 판매자가 중국 내 물류 창고에 상품 배송만 하면 가격 책정, 마케팅, 판매, 배송 및 고객 서비스 등 이후 모든 과정을 테무가 전담한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하여 유통 비용을 줄였다. 여기에 더해 가격 설정 과정에서 판매자들끼리 입찰 경쟁을 유도하여 제품 가격을 극도로 낮출 수 있었다.

‘벌금 규정’, ‘입찰 경쟁’… 갑질에 뿔난 판매자들 ‘탈테무’ 시작되나

그러나 테무의 지나치게 엄격한 벌금 규정과 과도한 입찰 경쟁으로 인해 중국의 판매자들 사이에선 갈수록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무는 제품 배송이 지연되거나 고객 불만이 제기될 경우 판매자에게 제품의 5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두고, 타 경쟁 업체들보다 제품 납품 가격을 높게 설정할 경우 테무 입점을 제한하고 있다.

테무 판매자들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테무 판매자들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중국 소셜미디어엔 판매자들의 불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小紅書)에 사진을 게시한 한 판매자는 “합당한 이유로 벌금을 매기는 건 괜찮지만, 벌금 부과 시 이유 정도는 설명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아무런 설명 없이 수익에서 벌금을 차감해 가면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아냐”라며 기준 없는 벌금 시스템을 지적하고 나섰다.

샤오홍슈에 글을 올린 또 다른 판매자는 “강도랑 다를 게 뭐냐? 벌금으로 한 달 동안 5만 위안을 뜯어 갔는데, 아무런 이유 설명도 듣지 못했다”면서 “테무의 요구로 인해 춘절(중국 명절) 기간 많은 양의 재고를 납품했는데 연휴가 지나자, 상품이 플랫폼에서 내려졌다. 수십만 개에 달하는 재고를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판매자 가격 3.88위안 -〉 테무 제안 가격 0.37위안(왼), 테무 판매자들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판매자 가격 3.88위안 -〉 테무 제안 가격 0.37위안(왼), 테무 판매자들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샤오홍슈(小紅書) 갈무리

또 다른 판매자는 “상품 가격이 테무 시스템에 의해 조금이라도 높게 측정되어 있다고 평가되면 ‘상품 가격 인하 알림’이 뜬다”면서 “이때 가격을 정말 말도 안 되게 낮춘다. 가격 인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상품 트래픽과 판매 수량에 영향을 준다”며 과도한 가격 압박에 불만을 제기했다.

6개월간 테무에 상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판매자는 “제품 하나당 순수익이 몇 위안 수준인데, 한 건당 수백 위안의 벌금을 부과 당했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벌금을 부과하면 어떤 판매자가 살아남을 수 있겠냐?”라면서 “여전히 창고엔 십만 개가 넘는 재고가 보관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테무는 팔린 수량만큼만 판매자에게 대금을 쳐주는 시스템인데, 판매되지 않고 남은 재고들은 고스란히 판매자가 수거해가야 한다. 반면 국내 업체 쿠팡은 물건을 직매입하여 재고 관리를 직접 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런 운영 방식은 지속하기 쉽지 않다”면서 “플랫폼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거래처 간에 협력적인 관계가 잘 형성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판매자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테무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으로 공급 과잉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 교수는 “최근 불경기로 인해 중국에 많은 양의 재고가 쌓여있다”면서 “재고 처리를 위해 판매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한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를 지속해서 언급했다. 지난 5일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행사 연설 중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생산 능력은 내수뿐 아니라 현재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고 말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이용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대량생산으로 싼값에 물건을 판매하면, 이것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흘러 들어가 현지 산업에 타격을 입히는 현상(한국무역협회)

“한 끗인데 2조를 태워?”... 핀둬둬 등에 업고 마케팅 열 올려 

2018년 8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핀둬둬(拼多多). 중국일보(中國日報)

2018년 8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핀둬둬(拼多多). 중국일보(中國日報)

JP모건에 따르면 테무가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17억 달러(약 2조 2861억 원)를 사용했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테무는 작년에 주문 건당 평균 7달러(약 9600원)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테무가 약 30억 달러(약 4조 344억 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집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무는 지난해 구글을 통해 전 세계에 140만 개, 메타에는 2만 개 이상의 광고를 게재했다. 올해 2월 태무는 30초당 약 700만 달러(약 93억 원)에 달하는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슈퍼볼 광고를 무려 5번이나 상영하기도 했다.

테무는 앞으로 국내 마케팅에도 열을 올릴 예정이다. 지난 2월 테무는 국내에 웨이코코리아유한회사(Whaleco Korea LLC)를 공식 설립했다. 웨일코코리아는 한국 현지 협력업체와의 협업을 포함해 점진적으로 현지 법인의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테무의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금융투자 자문회사 모틀리 풀(Motley Fool)은 테무의 고가 마케팅 전략은 지속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테무는 높은 마케팅 비용으로 인해 매년 5~10억 달러(약 6700억~1조 300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하는데, 단기적으로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나, 결국 관건은 제품 품질을 올려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테무는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은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는 중국 사업 개시 후, 2021년 흑자를 기록하기까지 약 6년의 세월이 걸렸다”면서 “아마존 쿠팡 등 쟁쟁한 경쟁자가 많은 외국에선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며, 장기적으로 봤을 땐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이 교수는 “광고를 통해 플랫폼에 유입되었으나 상품력이 떨어질 경우 소비자들이 이탈이 일어난다”면서 “그럴 경우 플랫폼은 지속할 수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입점 업체들을 압박할 경우 좋은 상품을 취급하기가 어렵다”면서 “(플랫폼이) 단가를 낮추려 하고, 수수료를 높이려 하면, 판매자의 이윤이 적어지면서 결국엔 제품의 퀄리티가 떨어지게 되어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테무가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아마존이나 쿠팡도 처음에는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면서 꾸준히 네트워크(이용자)의 규모를 키웠고 이제는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 되었다”면서 “알리나 테무의 경우도 현재의 초저가로 돌풍을 일으키며 지속적인 투자로 갈수록 수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낸다면 국내 유통시장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주가 99% 폭락… 쇼핑 플랫폼 업계 비운의 아이콘 ‘위시(Wish)’ 따라가나? 

'위시(Wish)' 주가 추세. 구글 금융 갈무리

'위시(Wish)' 주가 추세. 구글 금융 갈무리

한때 아마존의 대항마로 거론됐던 미국의 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Wish)’. 2018년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쇼핑 앱’ 1위에 오를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2021년 당시 위시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5억 명을 돌파했고, 월평균 활성 사용자(MAU)는 1억 명에 달했다.

위시는 테무만큼이나 마케팅에 진심이었다. 2021년 위시는 10억 달러 이상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과장 광고, 낮은 제품 퀄리티, 불법 제품 유통, 프랑스 정부로부터의 규제 등 연이어 터진 악재로 인해 소비자들은 등을 돌린다. 결국 주가는 상장초 대비 99% 이상 폭락했고, 2024년 3월 13일 1억 73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싱가포르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Qoo10)에 의해 인수된다.

한 교수는 “테무가 지금 당장은 초저가라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품질 문제, 소비자 보호와 개인정보 이슈, 관련 법 준수와 정부의 규제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러한 이슈들이 확대될 경우 테무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계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테무가 이러한 한계점을 인식하고 시간이 갈수록 품질과 고객서비스 등 사업 방식을 변화(개선)할 경우 테무의 자금력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상당한 시장 잠식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테무는 “유행은 잠시 왔다 가지만, 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망은 영원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가치를 과연 테무가 실현해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혹여나 바람처럼 왔다가 ‘위시(Wish)’처럼 가진 않을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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