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위기에 미·중이 다급해진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2023년 2월 14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스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손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023년 2월 14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스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손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국제 사회, 특히 영향력 있는 국가가 지역의 평화·안정 수호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

지난 14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필시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해 전 세계가 긴장하는 상황에서 대한 논평일 것이다. '영향력 있는 국가'가 구체적으로 어디를 가리키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미국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네 번이나 반복됐던 중동전쟁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있다. 서구 열강의 의지로 재건된 나라 이스라엘과, 이 나라가 못마땅한 아랍 국가들이 전쟁을 벌였고 번번이 이스라엘을 당해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스라엘에겐 세계 최강국 미국이란 뒷배가 있었다.

이번엔 아랍 국가들 중 미국과 가장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맞짱을 뜨겠다고 나섰다. 사실 이란은 미국이 2차 대전 후 석유 장악을 위한 교두보로 선택한 중동의 우국이었다. 이란의 팔라비 왕조는 친미 노선과 급격한 서구화 정책을 추진했고 이스라엘과 더불어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다. 하지만 1979년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은 순식간에 반미 국가가 됐다. 21세기에 들어선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미국의 제재가 중요한 국제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등 서방 주요국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동의해 이란에 대한 제재를 풀기로 했다. 하지만 2017년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했다. 2021년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 "이란이 단계별로 핵합의를 이행하면, 미국도 그에 맞춰 순차적으로 제재를 해제하겠다"며 협상을 제의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반(反)이란, 이란의 반미 노선과 맞물려 이란은 친중 국가가 됐다. 핵심은 석유 공급이다. 중국과 이란은 2016년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란을 방문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고 2021년 3월 양국간 '전면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의 핵심 내용은 향후 25년 동안 중국이 이란으로부터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받는 대가로 이란에 4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정치·군사적 협력보다는 경제적 협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잘 보여줬다. 지난해 2월엔 세예드 애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한편 양국 간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시대 변화에 맞춰 강화해나가기로 합의했다.

현재 중국은 이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국이자 중동의 가장 큰 앙숙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로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하기까지 했다. 이란이 중국과 더욱 밀착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제대로 해제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크다.

그런 중국이 이란-이스라엘 전쟁 위기에 미국이 나서라고 한 마디를 얹은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패권을 둘러싼 라이벌 관계지만 석유 획득이라는 공통의 국익을 공유하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이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당사자가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해 긴장 국면이 더 고조되는 일을 피할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을 자제하도록 해주면 중국은 이란에 대한 설득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이 이란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던 지난 11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 사이의 통화에 대해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확전은 이란과 역내, 그리고 세계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이란에 보내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이 주임은 "중국은 중동문제 해결과 정세 완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중국은 여러 경로로 확전을 자제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이쥔 중동문제 특사는 15일 베이징에서 이리트 벤아바 중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 "관련 당사자는 최대한의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형국은 세계 경제의 사활이 걸린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을 두 강대국 미국과 중국이 뜯어말리려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전시 내각 회의를 열고 “이란의 공격을 묵인하지 않는 분명하고 강력한 대응”을 하기로 결정하면서도 “미국 등 동맹이 반대하지 않는 공격 방식이 무엇일지에 대한 검토”를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와 함께 이란을 진정시키려는 중국의 외교적 노력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미·중 두 나라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이자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와 우호적 관계인 러시아도 중요 변수로 거론된다. 러시아는 JCPOA 복원에 실패한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두 중동 국가 간 전쟁 위기를 두고 강대국들의 외교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