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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알리, 사실 다 계획이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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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엄청난 '직구 경험'이 주요 포털사이트를 도배하고 있다. 하다 하다 발암물질이 나온 제품까지 팔았다니 아무리 싸다고 해도 이건 쉴드 불가다. 문제가 이렇게나 많은데 해외 직구, 금방 팽 당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알리익스프레스(速賣通·중국 온라인 쇼핑몰)는 지금 망해가는 중인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아직은’ 아니다. 알리의 목표는 더 멀리 있는 것 같다.

싼 가격,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은 알리

알리익스프레스

알리익스프레스

사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10년 공식적으로 설립된 뒤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한국에는 2018년에 처음 진출했지만, 작년 3월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발탁한 이후에야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2024년 3월 6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서 발표한 알리익스프레스 모바일 앱 이용자는 818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30% 증가해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이 조금 지난 현재, 68만여 명이 늘어 이용자는 약 887만 1000명이 됐다.

지난 2월에 발표된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주문량(2023년 10~12월)이 전년 대비 60% 증가해 알리 재무 보고서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됐었다. 작년 3월 론칭한 ‘초이스’ 서비스가 크게 한몫한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초이스 서비스

알리익스프레스 초이스 서비스

초이스는 인기 제품을 초저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3~5일 신속 배송,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이 가능해 초이스를 이용한 주문이 올해 1월 주문량의 절반이나 됐다. 알리 플랫폼 사용자 수와 거래 규모를 크게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이는 ‘반 위탁관리(半託管)’로 가맹점 걱정을 크게 덜어줬기에 가능했다. 

중국발 해외 진출 4대장으로 불리는 알리, 테무(Temu), 쉬인(SHEIN), 틱톡샵(TicTok Shop)은 지난해 ‘일괄 위탁관리(全託管)’ 모델에 의존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중국발 해외 진출 4 대장

중국발 해외 진출 4 대장

보통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은 ‘일괄 위탁관리’나 알리가 이전에 취했던 ‘판매자 자영업’ 모드로 운영된다. 일괄 위탁관리 모드에서는 플랫폼이 높은 가격 결정력을 가지며 물류까지 담당한다. 표준 제품과 인기 상품 판매에 특히 적합하다. 판매자 자영업 모드는 대부분 상품에 적합하며 상품 가격 책정과 물류까지 판매자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판매자에 돌아가는 이익은 적다.

작년 8월 알리는 판매자 자영업과 일괄 위탁관리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반 위탁관리’ 서비스를 출시하고 시범 운영을 진행했다. 핵심은 기존의 무역회사, 총판, 도매, 소매 등 복잡했던 유통구조를 ‘제조사▶알리 익스프레스▶소비자’로 단순화시키고 물류, 배송, 마케팅, 고객 CS 등을 모두 플랫폼에 맡기는 것이다. 1월 8일 ‘반 위탁관리’ 모델이 정식으로 출범된 뒤 해당 모델은 점차 이커머스 플랫폼의 표준이 됐다.

수수료(5~8%)를 고려하더라도 판매자에게는 이익이 더 크다.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으니,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생산에만 전념하면 된다. 또한 반 위탁관리는 판매자에게 독립적인 가격 결정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판매자 스스로 합리적인 판매 가격을 책정해 어느 정도 이윤을 보장할 수 있다.

수수료 0원으로 국내 판매자까지 제대로 꾀었다. 

이제 알리의 표적은 한국 판매자를 향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수수료 5~8%는 알리에 입점한 해외 판매자가 내야 하는 수수료다. 한국 판매자는 당장 6월까지는 공짜로 알리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알리의 한국 상품 전문관인 K-베뉴에는 CJ제일제당, 삼성전자, 해태제과, 아모레퍼시픽 등 이미 다양한 한국 기업들이 입점해있다. 유명한 대형 브랜드에도 알리는 놓칠 수 없는 플랫폼인 것이다.

카테고리별로 다르지만, 현재 쿠팡만 봐도 수수료가 5.8~10.8%다. 그런데 알리는 수수료가 0원? 정말 파격적이다. 입점을 원하는 판매자가 줄을 섰다고 한다. 판매자는 수수료도 안 들이고 매출을 늘릴 수 있고 면제된 수수료 일부를 가격 할인에 활용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다.

이렇게 다 퍼주고 알리는 괜찮을까? 

‘의도된 적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 그룹은 향후 3년간 한국에 11억 달러(1조 460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며 우선 2억 달러(약 2600억 원)를 들여 올해 안으로 국내에 통합 물류센터를 지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시장이 그렇게 매력적인가? 그래도 ‘시장’하면 땅 넓고 사람 많은 중국이 제일 아닌가? 실제로 작년 5월에 발표된 알리바바의 23년도 1분기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경기 둔화 및 산업 경쟁 심화로 알리바바의 핵심 사업인 중국 내 이커머스 성장 둔화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글로벌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의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시장은 거리가 가깝기도 하고 만국우편연합* 제도가 유리하게 작용해 물류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 여기에 플랫폼 프로모션까지 더해지면 소비자는 직구 제품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만국우편연합(Universal Postal Union): 우편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연합으로 각 회원국은 자국 내 우편 배송 비용만 부담하고 국외 배송 비용은 따로 정산한다. 비용은 우편 개발 지수에 비례하며 나라마다 차등이 있다.

알리는 이미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와 옌타이에 물류센터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만약 한국 내 물류센터까지 완공돼 서로 연계된다면 알리의 운송 효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수수료 0원'으로 국내 판매자를 대거 입점시킴으로써 알리는 국내 경쟁력도 강화하고 알리의 물류망을 통해 제품을 전 세계로 보내는 역직구 시장까지 노려볼 수 있다. 당장은 적자라고 해도 알리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 분명하다.

그래서 킵고잉(keep going)! 

알다시피 상반기에는 가격 경쟁이 주를 이뤘다. 쉬인과 테무가 미국에서 급부상한 이유도, 한국에서 알테쉬(알리·테무·쉬인)가 핫한 이유도, 알테쉬 공습에 한국 기업이 뼈도 못 추리고 있는 이유 모두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저가가 주류가 되지는 않는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본질은 가격이 아닌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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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이 ‘물류 속도’와 ‘쇼핑 경험’을 가격만큼이나 중요한 경쟁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작년 ‘일괄 위탁관리’ 모델에서의 가격 전쟁과 비교되는 큰 변화다. 알리도 단가를 높여 성장 가능성을 더욱 키우는 중이다. 단순히 저렴한 제품만 취급하는 플랫폼이 아니라는 것이다. 7일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에 따르면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 글로벌 산하에 있는 글로벌 대형 판매자를 입점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으로 이미 여러 아마존 대형 판매자가 알리에 입점했다고 한다.

사실 껍데기만 그럴듯한 제품이라면 알리에서 판매한 게 아니더라도 결국은 외면받았을 것이다. 반대로 알맹이가 꽉 찬 제품이라면 알리의 해외 진출은 기업과 브랜드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이왕이면 한국도 알리를 역이용하면 좋지 않을까? 조금은 나은 쇼핑 경험을 기대해 본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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