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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미국 변수에…한은, 기준금리 10회 연속 동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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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호 02면

한은 기준금리 연 3.5% 유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키로 했다. 물가와의 싸움을 이어가는 차원이다. 하지만 소비 부진·근원물가 안정 등 금리 인하 요인도 커져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압박한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속에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는 1년 5개월 만에 달러당 1375원까지 떨어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7명 전원 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에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10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향후 3개월 기준금리에 대해선 6명(이창용 한은 총재 제외) 중 5명이 동결에 손을 들었고, 한 명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5~6월 전 세계 경제,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른 중앙은행 결정을 보면 조금 더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은 (인하) 깜빡이를 켤까 말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5월 금통위) 피벗엔 선을 그었지만, 적어도 3분기부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러한 고민 뒤엔 물가가 버티고 있다. 엇갈린 소비자물가(CPI)와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수치가 대표적이다. CPI 상승률은 1월 2.8%로 목표 수준(2%) 진입을 앞두고 있었지만 2~3월엔 3.1%를 나타냈다. 반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4%로 지난해 3월 4%에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뜨거운’ 미국 경제도 금리 인하의 변수다. 최근 제조업 경기, 고용·물가 지표가 다 같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3월 CPI는 3.5%로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렇다 보니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는 분위기다. 한은으로선 미국의 인하 시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미 금리 역전(2%포인트 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은부터 움직이면 환율과 외국인 자금이 출렁일 우려가 있어서다. 만약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까지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한은의 피벗 결정이 4분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의)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이 어떻게 가는지에 대한 고려가 더 크다”고 밝혔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물가가 잡히고 있는 데다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만큼 한은이 올 3분기나 4분기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며 “연준이 연말까지 인하하지 않으면 한은이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일보다 11.3원 하락한 달러당 1375.4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 영향을 받기 때문에 환율은 우리나라만 절하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환율 변화에 따라서 경제위기 오고 그러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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