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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막판 역전승…그뒤엔 3050 직장인 많은 '관외 사전투표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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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접전 끝에 승리한 조정훈(서울 마포갑)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황희(서울 양천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김현동 기자

이번 총선에서 접전 끝에 승리한 조정훈(서울 마포갑)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황희(서울 양천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김현동 기자

#.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26표(1.6%포인트)차로 승리한 서울 양천갑에선 개표 중반까지 구자룡 국민의힘 후보가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개표 막판 관외 사전투표함(황 의원이 3155표 우세) 개표가 이뤄지면서 황 의원이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 경북 경산에서는 조지연 국민의힘 당선인이 최경환 무소속 후보에 1665표(1.4%포인트)차 신승을 거뒀다. 개표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관외 사전투표에서 조 당선인이 693표 더 얻은 게 승리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이번 총선에선 관외 사전투표가 격전지 일부 지역의 당락을 좌우했다. 특히 마지막에 관외 사전투표함이 열리면서 막판 역전극이 벌어진 곳이 적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54개 선거구 가운데 당선인과 2위 격차가 3000표 미만인 곳은 18곳인데, 그중 10곳이 관외 사전투표 다득표자가 당선됐다.

서울 영등포을에선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1135표(1.2%포인트) 차이로 박용찬 국민의힘 후보에 승리했는데 관외 사전투표에서 2425표를 더 얻은 덕분에 극적으로 승리했다. 경기 용인병에선 부승찬 민주당 당선인이 고석 국민의힘 후보에 851표(0.5%포인트)차 신승을 거뒀는데, 관외 사전투표에서 3170표 더 많이 득표했다. 경기 하남갑에서도 추미애 민주당 당선인이 관외 사전투표에서 이용 국민의힘 후보보다 2257표 더 얻어 최종득표에서 1199표(1.2%포인트) 차로 이기며 역전극을 펼쳤다.

경북 경산에서 당선된 조지연 국민의힘 당선인(왼쪽 셋째)이 10일 오후 경산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경산에서 당선된 조지연 국민의힘 당선인(왼쪽 셋째)이 10일 오후 경산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관외 사전투표는 지난 5~6일 사전투표 기간 유권자가 주소를 둔 구·시·군 밖에서 투표하는 경우를 말한다. 관외 사전투표함은 일반적으로 본 투표, 관내 사전투표보다 나중에 개봉되는 경우가 많아 막판 뒤집기의 요소라는 평가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관외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중에는 직장을 다니는 30대부터 50대까지가 주를 이루는데 연령대 특성상 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다”며 “그렇다보니 관외 사전투표에선 민주당 후보에 좀 더 많은 표가 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이긴 격전지도 민주당 후보가 높은 관외 사전투표 득표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599표(0.6%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서울 마포갑에선 이지은 민주당 후보가 관외 사전투표에서 2206표 더 얻었다. 전국에서 가장 적은 표차(497표)로 당락이 결정된 경남 창원진해에서도 황기철 민주당 후보가 이종욱 국민의힘 당선인보다 관외 사전투표에서 1273표 우세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와 함께 이번 선거에는 ‘샤이(shy)보수’의 존재도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지역이 부산·울산·경남(PK)이다. 당초 총선 직전 일부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이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낙동강벨트가 무너졌다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자연히 민주당이 지난 총선(7석) 의석수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예상이 쏟아졌다.  하지만 최종 결과 부울경 40곳에서 국민의힘은 34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5석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선거 막판 ‘범야권 200석’이 제기되는 등 보수의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부산 사하을의 경우 선거일 직전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7.9%포인트 열세인 여론조사(여론조사꽃, 4월 2~3일)가 나왔다. 실제 득표에선 보수층의 줄투표로 조 의원이 민주당 후보를 13.2%차로 따돌리고 여유있게 당선됐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열린문화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관외 투표용지가 놓여 있다. 뉴스1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열린문화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관외 투표용지가 놓여 있다. 뉴스1

한편 72억8000만원을 들인 지상파3사 출구조사는 빗나갔다. 당초 출구조사에선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가 85~105석, 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178~197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조국혁신당 12~14석, 개혁신당 1~4석, 새로운미래 0~2석 등 범(汎)야권이 개헌선인 200석을 확보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의힘·국민의미래가 108석을 얻어 개헌저지선(100석 이상)을 넘겼다. 개별 선거구에서도 민주당 승리가 예상된 서울 4개(용산, 도봉갑, 마포갑, 동작을), 부산 4개(부산진갑, 남, 북을, 사하갑) 등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이는 사전투표 경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전투표는 공직선거법 상 출구조사를 진행할 수 없어 대신 보정작업 등으로 이를 보완하는데 이 지점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이번 총선 사전투표에 60대가 가장 많이 하는 등 보수층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이를 간과한 채 출구조사가 과거 사전투표 데이터로만 보정작업을 하다보니 실제 득표와 편차가 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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