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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벚꽃동맹’ 과시…바이든 “영원히 번성” 기시다 “벚꽃처럼 강해질 것”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양국 정상회담을 마친 뒤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양국 정상회담을 마친 뒤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2015년 이후 9년 만의 일본 총리 국빈 방문을 맞이한 미국 워싱턴 DC는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 대로마다 성조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내걸렸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방미 행사 곳곳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벚꽃이 등장하며 미ㆍ일 양국 간 동맹의 심화를 웅변했다.

10일(현지시간) 미ㆍ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사전 환영 행사에서도 두 정상은 벚꽃을 소재로 양국의 오랜 우정과 유대를 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분쯤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 사우스론에서 기시다 총리 부부를 반갑게 맞았다. 약 30분간 진행된 환영 행사는 19발의 예포 발사, 양국 국가 연주, 미 육ㆍ해ㆍ공군과 해병대 의장대 사열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지난달 20일 미국 워싱턴 DC 의회 주변에서 한 시민이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0일 미국 워싱턴 DC 의회 주변에서 한 시민이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웰컴”을 세 차례 반복하며 “일본과 미국의 동맹은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초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100여년 전 일본으로부터 선물받은 3000그루의 벚나무로 매년 봄 워싱턴 DC 전역에 벚꽃이 피어난다”며 “멋진 벚꽃을 보기 위해 미 전역에서,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온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밤 기시다 총리와 백악관 잔디밭을 거닐며 본 세 그루 벚나무를 거론하며 “한 그루는 질(바이든 대통령 부인)과 요코 여사(후미오 총리 부인)가 지난해 심은 벚나무고 나머지는 2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이 보내준 250그루 중 두 그루”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우정처럼 이 벚나무는 영원히 영감을 주고 번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1912년 미국에 3000그루의 벚나무를 선물했다. 매년 봄 워싱턴 DC를 수놓는 벚꽃은 미ㆍ일 우호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해마다 3월 말쯤 벚꽃이 만개해 봄의 장관을 연출해 왔는데, 올해는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3월 18일에 절정을 이뤘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 사우스론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 국빈 방문 환영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 사우스론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 국빈 방문 환영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기시다 총리는 환영 행사에서 워싱턴 DC에 접한 포토맥 강변의 벚꽃을 거론하며 “이 일본산 벚꽃은 110년의 세월을 넘어 매년 이곳에 봄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역에 심은 왕벚나무의 수명은 60년으로 알려졌지만 사람들의 손길 덕분에 100년 넘게 쇠하지 않고 아름답게 꽃피우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ㆍ일 동맹의 벚꽃과 같은 유대는 앞으로도 이 땅에서, 그리고 인도태평양에서, 세계 각지에서 더욱 두텁고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전날 양국 정상 부부가 함께한 만찬 때 주고받은 선물 목록에도 벚꽃이 등장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일본계 미국인이 만든 수제 탁자, 가수 빌리 조엘의 사인이 담긴 석판화와 LP 세트, 빈티지 레코드판을 가죽 상자에 담아 기시다 총리에게 선물했다. 질 바이든 여사는 유코 여사에게 지난해 봄 두 사람이 백악관 뜰에 심은 왕벚나무 그림을 전달했다.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일본 전통 칠기 ‘와지마누리’(輪島塗) 커피 컵과 볼펜, 오키나와산 커피콩과 게임 ‘슈퍼 마리오’ 기념품을 선물했고 벚꽃 묘목도 건넸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만찬 바이든 건배사 “동맹과 우정 위하여”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환영 만찬에서 기시다 총리는 양국의 긴밀한 우의를 거듭 강조하며 미ㆍ일 동맹의 새 시대로 나가자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금 역사의 전환점에서 서서 흔들리지 않은 미ㆍ일 관계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고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새로운 개척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스타트렉’의 대사로 마무리하겠다. ‘여러분 모두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대담하게 나아가야 한다’”면서 만찬 연설을 마무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동맹과 우정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스식 만찬 메뉴는 숙성 연어와 아보카도ㆍ레드자몽ㆍ오이 등의 전채 요리에 이어 립아이 스테이크, 꽈리고추 버터 블러스터가 메인 요리로, 솔티드 캐러멜 피스타치오 케익, 체리 아이스크림, 라스베리드리즐 등이 디저트로 테이블에 올랐다. 만찬장은 봄을 테마로 삼아 나비와 일본식 정원 등으로 장식됐다.

국빈 만찬에는 양국을 대표하는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총출동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 마이크론의 산자이 메로트라 CEO 등이 참석했다. 일본 재계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미쓰비시상사 사장 출신 고바야시 겐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파나소닉 북미법인 이명원 CEO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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