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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어려운 곡 골라 연주. 그렇게 10년" 뷔에르 앙상블

중앙일보

입력

10주년이 된 목관 5중주 뷔에르 앙상블. 왼쪽부터 고관수, 주홍진, 유지홍, 조성호, 이은호. 사진 목프로덕션

10주년이 된 목관 5중주 뷔에르 앙상블. 왼쪽부터 고관수, 주홍진, 유지홍, 조성호, 이은호. 사진 목프로덕션

“무대에 올라가면 관객이 설레는 눈빛으로 바라보잖아요. 그럴 때 쉬운 곡으로 쉽게 연주하기는 싫었어요.”

다섯 목관 악기 모인 앙상블 10주년 기념공연 #멤버 교체 없이 꾸준히 연주해와 #"이 조합으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파"

클라리넷 연주자 조성호(39)는 약간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동료 관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5중주 팀을 결성하고 올해로 10년이 됐다. 라틴어로  ‘진짜’라는 뜻의 뷔에르(vere) 앙상블이다. 플루트 유지홍(39), 오보에 고관수(36), 바순 이은호(34), 호른 주홍진(35)이 창단멤버로 시작해 10년째 함께 하고 있다.

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조성호와 유지홍은 “일부러 어려운 곡들을 골라 연주했던 10년”이라고 돌아봤다. “10년 전만 해도 목관 5중주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어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랬죠. 그래서 ‘목관 5중주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 나오는 곡들을 골라 연주해왔어요.” 창단 연주에서 20세기 작곡가 리게티와 바버를 비롯해 정밀한 앙상블이 필요한 작품들을 골랐다. “10년동안 한 곡만 연주해도 힘든 장 프랑세의 작품만으로 된 무대를 만들기도 하고, 앙상블 크기를 늘려서 10중주까지도 시도해 봤습니다.”

관악5중주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다. 목관악기 자체도 현악기나 건반악기에 비하면 새로운 악기다. 때문에 이들의 앙상블을 다루는 작품 자체가 많지 않으며 음악회의 정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현악4중주의 바이올린ㆍ비올라ㆍ첼로는 기본적으로 소리를 내는 방법이 같잖아요. 하지만 목관 악기 5대는 부는 방식이 모두 다릅니다.” 유지홍은 이 때문에 서로 다른 목관 악기들이 툭툭 튀어나와 독주자처럼 연주하는 것이 5중주의 매력이라고 했다. “뷔에르 앙상블도 처음 만들 때부터 독주자처럼 하자, 카멜레온처럼 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요.”

이들은 10년 동안 멤버 교체가 한 번도 없었다는 데에 자부심을 가진다. “물론 실내악 팀에서 멤버 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좋은 측면도 많아요. 하지만 우리만큼은 해체되는 한이 있더라도 멤버는 바꾸지 말자고 약속했어요.”(조성호) 유지홍은 “멤버가 바뀌면 소리가 확 달라지는 것이 목관 앙상블의 특성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성호와 유지홍은 중학교부터 함께 다닌 동갑 친구다. 이후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대학에서 공부하며 룸메이트 사이가 됐을 때 ‘목관 5중주를 꼭 만들어보자’며 뭉쳤다. 한국에 돌아온 후 독주자 성향을 가진 목관 연주자들을 모아 만든 팀이다. 조성호는 팬데믹 이전까지 도쿄 필하모닉의 수석 연주자로 활동했다. “세계의 거의 모든 오케스트라에 목관 앙상블이 있습니다. 그 앙상블 저력이 오케스트라의 밑바탕이 되고요. 우리도 꼭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요.”(조성호)

이제는 “목관 앙상블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진 것을 느낀다”는 이들은 “특히 후배 연주자들이 이제는 당연하게 5중주 팀을 만들어 활동하는 일이 많아져 기쁘다”고 했다. 뷔에르 앙상블의 특이한 점은 이름이다. ‘5중주’라는 뜻의 ‘퀸텟’을 사용하지 않고 멤버 숫자가 모호한 ‘앙상블’을 썼다. “여러 카테고리의 음악을 해보고 싶어서예요. 현악기와는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까, 또 새로운 악기들과도 조합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조성호)

뷔에르 앙상블의 10주년 기념 공연은 1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10년 전 첫 공연에서 연주했던 클루크하르트, 바버, 리게티에 목관 5중주의 시초 작곡가라 할 수 있는 프란츠 단치의 작품을 함께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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