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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재훈의 음식과 약

‘애사비’ 다이어트 효과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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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애사비’ 다이어트가 다시 유행이다. 애플사이다비니거는 사과술(애플 사이다)을 발효시켜 만든 식초다. 사과즙을 효모 발효시키면 알코올이 생긴다. 알코올을 다시 초산균으로 발효시키면 식초가 만들어진다.

사과 사이다 식초를 이용한 다이어트는 2000년대에도 인기를 끈 적이 있다. 2005년에는 식초를 빵과 함께 먹으면 식후 혈당과 인슐린이 더 천천히 상승한다는 스웨덴 연구결과가 나왔다. 2009년 일본 연구에서는 155명의 성인 참가자들이 12주 동안 매일 15㎖ 또는 30㎖의 사과 사이다 식초를 마셨더니 플라세보 그룹과 비교하여 체중이 1~2㎏ 줄었다. 그런데 지난 3월에 레바논 연구 결과는 이보다 훨씬 효과가 크게 나왔다. 사과 사이다 식초를 마신 참가자의 체중이 위약으로 사용한 젖산 용액을 마신 사람과 비교하여 6~8㎏ 줄었다.

애플사이다비니거 다이어트가 약간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식초 자체의 효과일 뿐이다. [중앙포토]

애플사이다비니거 다이어트가 약간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식초 자체의 효과일 뿐이다. [중앙포토]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결과가 너무 좋을 때는 의심해봐야 한다는 거다. 레바논 연구에서는 일본 연구보다 더 적은 양의 식초(5, 10 또는 15㎖)를 줬다. 식초는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지만, 젖산 용액은 시큼한 냄새가 덜하므로 참가자들이 식초를 받았는지 젖산 용액을 받았는지 알아차렸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참가자의 나이도 12~25세로 젊은 편인 데다가 이들의 식사와 운동에 대해서도 별다른 제한이 없었다. 애사비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인해 체중 감량에 차이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이번 연구결과의 신빙성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가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이다. 이번 레바논 연구를 믿고 3개월 동안 사과 사이다 식초를 마신다고 해서 8㎏을 감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이야기다.

물론 애플사이다비니거에 약간의 유익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식초 자체의 효과일 뿐이다. 식초를 전분질 음식과 함께 먹으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아세트산)이 전분 소화 효소를 억제하거나 위에서 장으로 음식이 천천히 내려가도록 만들기 때문일 수 있다. 조금이라도 효과를 보려면 전분질 음식이 위에 도달하기 전에 식초가 위에 함께 들어 있도록 식사 직전에 식초를 섭취해야 한다. 단, 식초를 그대로 마시면 안 된다. 식초는 산성 물질이어서 치아를 부식시킬 수도 있고 마시다가 기도로 들어가도 위험하다.

실제로 식사 직전에 물 한 컵에 식초 15㎖를 물에 타서 마시고 빵이나 밥을 먹어보면 포만감이 더 오래가는 느낌이 든다. 거꾸로 보면 소화가 안 되어서 불편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식사량이 줄면 체중이 조금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마법 같은 다이어트 효과는 아니다. 애사비 다이어트가 잊을 만 하면 다시 유행한다는 건 그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행 다이어트를 따라 하기 보다는 평생 지속할 수 있는 나만의 식사법을 찾는 게 지혜로운 일이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