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은 여야 대표의 투혼이 돋보이는 선거였다.
13일의 공식선거운동 기간(3월 28일~4월 9일) 동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국 134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1개 시·군·구를 방문했다. 가는 곳곳마다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열띤 호소전을 벌였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선거일을 다가올수록 점점 쉬어갔고 겉모습도 눈에 띄게 초췌해졌다.
한 위원장은 몰려든 인파와 일일이 악수하면서 선거전 중반부터는 양손에 밴드를 붙였다. 본인도 모르게 멍이 들거나 긁힌 상처가 많았던 탓이다. 선거 종반전에 이르자 손목에 무리가 간 듯 파스도 더해졌다.
지난달 31일에는 한 위원장이 서울 수서역 지원 유세를 마친 뒤 인근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콜라를 먹은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기도 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안쓰럽다” “너무 피곤해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한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야 한다”며 끼니를 주로 빵으로 때웠다.
이재명 대표의 투혼도 만만치 않았다. 이 대표는 전국을 돌며 유세를 한 뒤, 차량에 올라타서도 유튜브 생방송으로 지지를 호소할 정도였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유튜브에서 “잠을 잘 못 자다보니 눈(실핏줄)이 터졌다”며 “그래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이어서 몸과 마음을 갈아 넣어야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수시로 “입 안이 헐었다”라거나 “아이고 허리야.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이 대표 페이스북에는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이 대표가 벗어놓은 낡은 구두였다. 구두굽이 밑창에서 떨어져 너덜거리는 모습이었다. 이 사진을 올린 대표 비서실은 “모르는 사이 떨어져 버린 구두 굽. 이번 선거에 임하는 이 대표의 절박함이 오롯이 녹아 있다”고 썼다. 이에 지지자들은 “힘내시라” “압승할 것”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투혼은 두 사람이 처한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만약 국민의힘이 다수석을 얻으면 한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가 커진다. 이 대표 역시 민주당이 과반 승리하면 대선 재도전의 길이 넓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