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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父子, 이라크전 놓고 미묘한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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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의 전후 이라크 처리가 위기에 빠지면서 전쟁에 신중론의 입장이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사진 (左))과 전쟁을 밀어붙인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 사이에 요즘 미묘한 긴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미국 내에 퍼지고 있다.

관측통들은 우선 지난 4월 말 부활절 휴가를 함께 보낸 이후 부시 대통령이 아버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사실에 주목한다. 또 아버지 부시가 7일 시상식이 열리는 '조지 부시'상 수상자로 이라크전을 반대한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을 지목했다는 점도 시선을 끌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지는 "이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모종의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신디케이트 칼럼니스트인 조지아 게이어는 "아들 부시는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무조건 반대로만 행동했고, 심지어 아버지가 그토록 싫어했던 도널드 럼즈펠드까지 국방장관으로 중용했다"며 "하지만 이제 아들 부시는'진작 아버지 말을 들을 걸'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전에 대해 부자의 생각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아버지 부시는 공개석상에서는 항상 "아들은 나보다 훨씬 잘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라크에서 결국 승리할 것"이라며 아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 부시는 1998년 '바뀌는 세상'이라는 저서를 통해 "미국은 바그다드로 진격해서는 안된다. 이는 우리의 동맹을 분열시키고 아랍 전체를 우리의 적으로 만든다"고 이미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저서에서 "바그다드를 점령해도 우리의 젊은 병사들은 거듭되는 희생 속에 이길 수 없는 도시 게릴라전을 치를 수밖에 없고, 더 큰 문제는 탈출구가 없다는 점"이라고 예측해 놓았다. 마치 현재의 상황을 미리 들여다본 듯하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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