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성탁의 시선

선거날, 향후 2년 간 선거 없음이 걱정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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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성탁 기획취재2국장

김성탁 기획취재2국장

22대 총선 본 투표 날이다. 선거운동 마지막까지 여야는 열심히 지지를 호소했다. 격전지가 상당히 많다고 하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당 지도부나 지역구 후보들이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목이 터지라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진작 좀 저렇게 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중 최고치를 보인 것은 뭔가를 위해 투표장으로 몰려갔다는 의미다. 그 속에 여당 심판 여론이 높을지, 야당 심판 여론이 클지는 까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2년 정도에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집권 세력의 그동안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판단 기준의 앞줄에 있을 수밖에 없다.

누가 이기든 국회가 현안 풀어야
의대정원 문제부터 특위 꾸리길
의원·단체장 매년 뽑으면 어떨까

정부·여당이 아주 잘했을 경우 임기 중반 선거에서 야당이 설 자리는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선 정책 결정이나 집행에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야당이 명함을 내밀기는 쉽지 않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현 정부의 성적표가 좋지 않은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총선 결과가 반드시 여론조사와 일치하라는 법도 없다. 단 한 표라도 많으면 이기는 대통령 선거와 달리 총선은 지역구 의석의 합과 비례대표 확보 수로 결정된다. 막판 지지층 결집 여부에 따라 한쪽으로 쏠릴 수도, 큰 격차가 안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범야권이 이기든,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기든 이번 선거가 끝나면 제발 정치권이 국민 생활과 직결된 현안을 해결했으면 좋겠다. 대표적인 게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 대란이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자 대형병원까지 진료에 차질이 생기면서 뇌 질환 등 중병이 있는 환자들이 검사나 수술이 줄줄이 연기돼 불안에 떨고 있다. 하지만 해결할 역량이 정부에는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 2000명 증원을 결정한 이후 의료계의 현실을 알고 있을 법한 관련 부처 고위직들마저 원안 사수에 총대를 메느라 바빴다. 진료 현장을 떠난 의료인들의 처사는 부적절하지만, 의사가 부족하다면서 이미 자격을 가진 의사들의 업무 수행을 막아버리는 전공의 면허 정지 강행 카드를 꺼내 드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담화 역시 증원 수를 줄이겠다는 것인지 강행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렸고, 총리가 나서도 대화체 하나 만들지 못하는 지경이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의대들이 학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한 시한에 쫓겨 개강하자 “대학들이 수업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의실은 썰렁하고 의대생 단체는 “행정적 재개일 뿐”이라고 했다. 실제 현장에선 올해 입학한 예과 1학년생들이 교양과목마저 수강을 중단하고 있다. 현장을 알고도 ‘정상화’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면 기만이고, 현장을 모른다면 무능한 것이다.

결국 해법을 찾으려면 총선에서 어느 쪽이 다수당이 되든 국회가 나서야 할 것 같다. 연금개혁도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워 국회에 특위를 두는데, 언제까지 정부에만 맡겨놓을 건가. 선거 기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숫자에 얽매이지 않는 협상을 말했고, 이재명 대표도 국회 논의를 거론한 만큼 여야가 당사자인 전공의 등 의료계와 환자 단체, 정부 등을 모아 접점을 찾았으면 한다. 정원만 늘린다고 필수과 기피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견을 포함해 필수 의료 살리기 대책을 제대로 만드는 작업도 국회가 주도하는 게 빠른 길이다.

투표소 대파 반입 금지 논란이 일었을 정도로 심각한 물가와 코로나 이후 심해진 양극화 대책 등 민생 현안도 정부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다. 경제부총리나 대통령실 경제팀의 역량이 미치지 못한다면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당과 함께 세제와 재정 운용,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 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 문제까지 머리를 맞대면 좋겠다.

이런 기대를 하면서도 우리 국회가 과연 여야 협력을 할 줄 아는 집단인지 회의를 떨칠 수 없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선거와 오늘 총선이 없었다면 각 정당이 국민 여론에 반응이나 했을까. 정부·여당만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선거 공천을 하면서 여론의 시선 따위는 무시하고 ‘비명횡사’ 공천을 줄줄이 선보였으니 말이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향후 2년 동안 큰 선거가 없다는 게 걱정된다. 자잘한 보궐선거가 있지만, 2026년 9월 지방선거까지 공백기다. 그때까지 또 민생 현안은 제쳐놓고 쌈박질만 계속할까 겁난다. 그러다 또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이 가까워지면 서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나설지 모르겠다. 해법 찾는 정치를 이번에도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절반씩 나눠 매년 선거로 뽑는 식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해야 계속 국민 눈치를 볼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