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진의 나비효과?...삼성·SK하이닉스 2분기 ‘파란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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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대만 동부 화롄(花蓮)현에 위치한 톈왕싱(天王星) 건물이 지진의 여파로 인해 철거작업에 들어간 모습. 연합뉴스

5일 오전 대만 동부 화롄(花蓮)현에 위치한 톈왕싱(天王星) 건물이 지진의 여파로 인해 철거작업에 들어간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일 발생한 대만 지진의 여파가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미칠 영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진으로 중단됐던 TSMC와 마이크론의 생산 시설이 대부분 복구됐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협상력이 더 커져 실적 반등에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마이크론이 2분기 D램·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25%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고객사에 전했다고 9일 보도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세계 3위(지난해 4분기 점유율 19.2%) D램 업체로 대만에 D램 공장을 두고 있다. 마이크론은 3일 지진 직후 고객사에 2분기 제품 견적 제공을 중단했다. 지진 피해에 따른 손실 등을 점검한 뒤 가격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D램 가격 협상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은 반도체 가격도 흔든다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마이크론 공장. 사진 마이크론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마이크론 공장. 사진 마이크론

반도체 가격은 과거에도 자연재해나 사고 이후 대체로 급등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현물가격이 단기적으로 20% 이상 치솟기도 했다. 생산 차질로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대만 지진 피해가 복구되고 생산이 재개됐지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터 리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대만은 전 세계 D램 생산능력의 약 15%를 차지한다”면서 “지진과 관련된 혼란으로 인해 계약 가격 협상 영향력이 고객에서 제조업체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D램 가격 힘겨루기 시작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다만 최근 D램 가격이 정체 상태여서 당분간 가격 등락을 두고 힘겨루기가 벌어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거래가격은 석 달째 1.8달러에 머물러 있다. 2021년 7월 이후 줄곧 하락했던 D램 가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공급업체의 감산과 재고 소진으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오른 뒤 2월부터 상승세를 멈췄다.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여전히 저조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여전히 감산 중인데다 지진을 계기로 가격 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2분기 실적, 더 좋아지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2월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2월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 같은 가격 인상 흐름에 동참한다면 지난 2년 동안 바닥을 기었던 메모리 가격도 크게 뛸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과 직결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만 지진 영향으로 인해 메모리 부문의 실적 전망치가 더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반도체의 봄’에 힘입어 영업이익 6조6000억 원을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931% 높은 수준이다.

범용 제품인 D램 이외에도 AI(인공지능) 칩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새 먹거리가 힘을 보태고 있어, 2분기 전망은 더 긍정적이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3E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본격적인 납품을 시작했다. 관련 매출이 2분기부터 반영된다. 삼성전자 역시 HBM 이외에도 칩과 칩 사이를 연결해 성능을 높여주는 첨단 패키징 서비스를 앞세워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와 별도의 공급 협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분야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던 TSMC의 패키징 공급량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일부 물량이 삼성으로 향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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