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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0원샵' '천원마켓' 키우는 K커머스…알리∙테무에 맞선 생존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롯데온에서 주문 후 2시간 내 배송하는 바로배송 서비스 안내 문구. 사진 롯데온 홈페이지 캡처

롯데온에서 주문 후 2시간 내 배송하는 바로배송 서비스 안내 문구. 사진 롯데온 홈페이지 캡처

실적 부진에 중국 커머스 플랫폼 공세로 이중고에 빠진 유통업계가 생존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그간 벌려온 사업을 정리하는가 하면 알리·테무에 맞서 저가 상품군을 확대하는 등 고육책 마련에 한창이다.

사업 정리하고

8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그룹 7개 유통계열사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은 지난 2020년 도입한 바로배송 서비스를 이달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바로배송은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 후 2시간 이내 배송하는 서비스다.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 장보기가 확산됐던 지난 2022년 3월 롯데온은 바로배송 물류 거점 매장을 전국 30개로 확대했지만, 수익성이 악화하자 매장 수를 8개까지 줄인 상태였다. 롯데온은 출범 첫해인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봤고 지난해까지 4년간 누적적자 4925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인력과 차량 등 자원을 재배치하고 배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당일배송 서비스로도 바로배송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반려동물용품 전문매장인 몰리스펫샵. 중앙포토

이마트의 반려동물용품 전문매장인 몰리스펫샵. 중앙포토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469억원)을 기록하며 오는 19일까지 전사 대상 희망퇴직을 진행 중인 이마트도 사업 부문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반려동물용품 전문 매장인 몰리스 전담 사업부를 패션·테넌트 사업부로 흡수한 데 이어 스타필드, 트레이더스 등에 입점한 몰리스펫샵을 없애고 이마트 내 미니몰리스로 전환하는 식이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 내 골프 전문 매장도 정리하고 있다. 스포츠 매장에서 골프용품을 판매하도록 바꾸고, 기존 골프 매장 자리에는 매출 성과가 좋은 매장을 전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개편 중이다.

초저가 라인 키우고

11번가가 지난해 10월 런칭한 가성비 아이템 특화 전문관 ‘9900 원샵’. 사진 11번가 홈페이지 캡처

11번가가 지난해 10월 런칭한 가성비 아이템 특화 전문관 ‘9900 원샵’. 사진 11번가 홈페이지 캡처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해 저가 상품 판매도 강화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10월 문을 연 ‘9900원샵’ 상품군을 대폭 확대 중이다. 생활용품, 패션잡화, 주방용품, 반려동물용품 등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제품 위주로 종류를 5.8배 늘렸고 모든 상품은 무료 배송해준다. 9900원샵의 선전에 힘입어 11번가는 지난달 오픈마켓 부문 월간 흑자를 기록했다. 11번가 관계자는 “3월 기준 9900원샵의 거래액이 오픈 초기 대비 6.7배 증가했다”며 “가성비 아이템 특화 전문관으로 경쟁력을 키운 결과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 효과를 봤다”고 자평했다.

가성비 경쟁은 1000원대 상품으로 확산하고 있다. 쿠팡은 저가 상품을 자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천원마켓’ 기획전을 노출하고 있다. 1000~3000원대 초저가 상품군을 모아서 판매하는 일종의 타깃 마케팅이다. 티몬과 인터파크쇼핑의 ‘만원의 행복’ 기획전도 2500원 체험 상품부터 무료로 배송해준다.

‘파죽지세’ C커머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유통업계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중국 커머스 플랫폼의 상승세는 여전하다. 지난달 알리와 테무는 국내 온라인 쇼핑앱 순위에서 나란히 2·3위를 기록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테무(829만6485명)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에서 11번가(740만4104명)를 처음으로 앞서며 3위에 올랐다. 2위 알리(887만1429명)는 1위 쿠팡(3086만6504명)을 맹추격 중이다.

이에 중소 유통업체들의 위기감이 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 10곳 중 7곳(69.7%)은 “중국 플랫폼의 국내 진출 확대가 국내 유통시장과 유통업체에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중국 플랫폼이 한국 제품을 취급하면서 중소 유통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마땅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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