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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서 생후 3개월 어린이 탈장...250㎞떨어진 대전 건양대서 수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생후 3개월 된 여자아이가 한밤중 위급한 상황에서 경남 창원에서 대전까지 이동해 무사히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어린이가 생명을 건진 데는 잠을 자다 새벽 시간에 수술실로 달려온 30대 젊은 교수의 적극적인 진료가 한몫했다고 한다.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대전 건양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2시30분쯤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생후 3개월 된 여자아이가 서혜부 탈장으로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 가능하냐”는 문의가 접수됐다. 경남 창원에 사는 아이인데 야간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하다 수소문 끝에 대전에 있는 건양대병원까지 전화를 돌렸다는 다급한 전화였다.

아이 부모는 서혜부(사타구니)가 불룩하게 부어오른 것을 발견하고 인근 종합병원을 찾았다. 복벽 내부에 생긴 구멍으로 장기 일부가 탈출한 상태라는 설명과 함께 장기의 혈류 장애로 괴사가 발생해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하지만 수술할 수 있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긴급하게 전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야근 응급수술 못 해 전국 병원에 수소문

부모가 처음 찾은 병원 의료진이 창원을 비롯한 인근 지역 종합병원 여러 곳에 연락했지만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어 수술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결국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의 도움으로 대전까지 연락한 뒤 겨우 수술이 가능하다고 답변을 받았다.

건양대병원 소아와과 연희진 교수. 연 교수는 일 새벽 서혜부 탈장으로 경남 창원에서 대전까지 이송된 생후 3개월 여아를 수술,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사진 건양대병원]

건양대병원 소아와과 연희진 교수. 연 교수는 일 새벽 서혜부 탈장으로 경남 창원에서 대전까지 이송된 생후 3개월 여아를 수술,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사진 건양대병원]

중앙응급상황실의 연락을 받은 건양대병원 외과 야간당직팀은 소아외과 전문의인 연희진(31·여) 교수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리고 수술이 가능한지 물었다. 새벽 시간 다급한 전화에 연 교수는 “수술을 하겠다. 곧바로 아이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괜찮겠냐는 선배 의사의 물음에 그는 “많이 해봤어요.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수술) 준비만 해주세요”라고 안심시켰다. 태어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아이였지만 그동안 많은 임상을 해봤기 때문에 수술이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는 게 연 교수의 설명이다.

곧바로 병원으로 나온 연 교수는 기다리고 있던 의료진에 수술 준비를 지시했다. 어려운 수술은 아니지만, 생후 3개월에 불과한 어린아이라 의료진이 모두 긴장 상대로 기다렸다. 병원 인근에서 거주하는 연 교수는 선배·동료 외과 의사들에게 “아이와 관련된 수술은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1시간30분 수술 마치고 회복…가족 품으로

구급차를 타고 창원에서 대전까지 250㎞를 달려 오전 5시30분쯤 건양대병원에 도착한 아이는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1시간 30분가량 수술을 마치고 나온 아이는 회복을 거쳐 지난 6일 건강하게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대전 건양대병원은 지난 1일 새벽 경남 창원에서 이송된 생후 3개월 여자아이를 수술, 무사히 퇴원시켰다고 8일 밝혔다. [사진 건양대병원]

대전 건양대병원은 지난 1일 새벽 경남 창원에서 이송된 생후 3개월 여자아이를 수술, 무사히 퇴원시켰다고 8일 밝혔다. [사진 건양대병원]

연희진 교수는 건앙대 의대(12학번)를 졸업한 뒤 건양대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에서 2년간의 펠로우십(세부전공)을 마치고 지난 3월 소아외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건양대병원의 유일한 소아외과 전문의다.

연희진 교수 “아이들 뛰는 모습 좋아 소아외과 선택"

연희진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즉시 수술하지 않으면 감염에 의한 패혈증 발생 가능성 등 상태가 악화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며 “외과 환자들은 수술하면 상태가 바로 좋아지는 데 특히 아이들은 회복이 빨라 금세 뛰어놀고 그게 보람차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양대병원은 외과 전문의가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는 등 비상 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응급질환자에 대한 수술은 모두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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