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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기업 뛰게 해야 할 판에 뒷다리 잡는 공약이 웬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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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임금 인하 대기업에 세제혜택 주자는 조국혁신당

스웨덴도 포기한 시대착오적 정책, 진정성도 없어

지난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회권 선진국, 제7공화국’이란 이름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사회연대임금제다. 사회연대임금제는 임금을 낮추는 대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중소기업의 임금을 일정하게 높이겠다는 취지의 발상이다. 하지만 그의 사회연대임금제 주장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

먼저 국가가 개입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평준화를 맞추겠다는 생각 자체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제각각 특성과 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 같은 중소기업 간, 그리고 대기업 간에도 업무와 경쟁의 강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노력과 땀에 비례해 정당하게 지불되는 게 임금이다. 그걸 ‘대타협’이란 이름으로 정부가 개입해 대기업의 임금 인하를 독려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게다가 현재 대기업의 높은 임금은 강력한 정규직 노조가 연공급 등 기존 임금체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그건 쏙 빼놓고 이야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6일 대전 중구 우리들공원에서 대파를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6일 대전 중구 우리들공원에서 대파를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순간의 판단이 기업의 존망, 나아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시대다. 우리 대기업이 더 높게, 더 빨리 뛰도록 힘을 실어줘도 부족한 판이다. 그런데 오히려 대기업과 종사자들의 뒷다리 잡는 공약을 또 끄집어내고 있다. 이런 정당이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연대임금제는 조 대표가 얘기한 대로 스웨덴이 1956년에 도입한 적이 있다. 다만 당시 스웨덴은 동일 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전체에 대해 임금 및 노동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중앙집중식 산별노조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또 정부·노조·사용자 단체 간 관계가 지극히 협력적이었다. 그래서 가능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노동 비용 상승을 견뎌내지 못하고 연쇄 도산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83년에 스스로 접고 말았다. 한마디로 애초에 노동시장 구조가 우리와는 크게 다른 국가가 도입했던 것이고, 그마저도 40년 전에 두 손 들고 포기한 제도다. 이런 현실성 없는 시대착오적 제도를 대표 공약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조 대표는 2012년 SNS에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이번에 언급한 사회연대임금제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조 대표는 이후 자신의 자녀들을 용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니 그의 말엔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