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22분"…텍사스 2조 벌게 한 '검은 태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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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해를 품은 달’을 볼 기회에 미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오는 8일(현지시간) 완전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지역에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지역 경제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한 미국인 가족이 지난 4일 미 텍사스주 드리핑 스프링스 재향군인 기념공원에 실물보다 큰 일식 안경을 통해 태양을 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 미국인 가족이 지난 4일 미 텍사스주 드리핑 스프링스 재향군인 기념공원에 실물보다 큰 일식 안경을 통해 태양을 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관측되는 개기일식은 2017년 8월 이후 7년 만이다. 다음은 21년 후인 2045년에나 볼 수 있을 것으로 예고됐다. 이번 개기일식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그 경로인 남부 텍사스주~북동부 메인주를 잇는 대각선을 따라 모두 300만~40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6~8일 개기일식 지역의 항공권과 호텔·에어비앤비 등 숙박시설은 거의 예약이 완료됐다. 남아있는 항공권과 숙박시설도 가격이 천정부지다. 여행 예약 플랫폼 호퍼에 따르면 오는 7일 착륙하는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행 평균 항공권 가격은 1900달러(약 260만원)다. 휴가철 주택임대 관리 전문 업체인 바카사는 버몬트주 벌링턴 집의 하루 평균 요금은 506달러(약 70만원), 댈러스는 375달러(약 50만원)라고 전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미 CBS 방송에 따르면 경제분석회사 페리먼그룹은 이번 개기일식이 미국 15개 주의 호텔·레스토랑·여행 등 업계에 붐을 일으키면서 최대 60억 달러(약 8조1000억원)에 달하는 경기 부양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제학자이자 페리먼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레이 페리먼은 "개기일식이 여행 욕구가 커지는 봄에 나타나고, 앞으로 수년 동안 볼 수 없을 것이란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보러 가면서 지역 경제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현상이) 단기간에 집중되기는 하겠지만, 소도시를 포함해 여러 도시가 스스로를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리먼 CEO는 특히 샌안토니오·댈러스·오스틴 등 대도시를 끼고 있는 텍사스가 약 14억 달러(1조9000억원) 규모의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불렌트 테멜 텍사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지역에만 18만~72만명이 방문해 호텔·식당 등을 이용하면서 지역 기업 수익만 2억8500만 달러(약 38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테멜 교수는 "텍사스주에서 개기일식이 가로지르는 시간은 약 22분인데, 이는 텍사스주 사상 가장 수익성이 높은 22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65만 명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인 버몬트주에는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최대 2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리먼 CEO는 버몬트도 2억3000만 달러(약 3112억원)의 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개기일식을 기념하는 각종 프로모션도 쏟아지고 있다. 경로에 있는 크고 작은 도시에서 '일식 관측 파티'가 열린다. 도넛 체인점인 크리스피 크림과 과자 브랜드인 오레오는 함께 도넛 상품을 내놨고, 뉴욕주 로체스터의 맥주 양조회사는 관련 블랙라거 맥주 등을 제작했다. 제니스 아이스크림, 문파이 등은 자사의 제품과 함께 일식 관측용 안경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21일 미국 오리건주 북동부 휠러 카운티의 미첼에 있는 존 데이 화석층 국립 기념물에서 촬영된 개기일식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8월 21일 미국 오리건주 북동부 휠러 카운티의 미첼에 있는 존 데이 화석층 국립 기념물에서 촬영된 개기일식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 바로 앞을 지나며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이다. 이번 개기일식은 태평양에서 시작해 멕시코·미국·캐나다를 가로질러 대서양까지, 약 115㎞ 폭의 궤도로 나타날 예정이다. 궤도 밖에선 부분일식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관측할 수 없다.

이번 일식은 미 텍사스주 람파사스 기준으로 8일 오후 12시 18분~오후 2시 58분(한국시간 9일 오전 2시 18분~오전 4시 58분)까지 2시간 40분간 진행된다. 개기일식은 이날 오후 1시 35분~1시 40분까지 약 4분 26초 동안 지속된다. 여러 시간대를 가지고 있는 북미 대륙을 가로질러 진행되는데, 미 항공우주국(NASA)은 관측단을 파견한 텍사스주 람파사스 시간으로 기준을 정했다.

올해 개기일식은 2017년 당시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오래 관측될 것으로 보인다. NASA에 따르면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경로의 너비는 2017년 62∼71마일(약 100∼114㎞)이었으나, 이번에는 108∼122마일(약 174∼196㎞)에 달한다. NASA는 3160만명이 개기일식 경로에, 1억5000만명이 경로에서 200마일(약 320㎞) 이내에 살고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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