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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 포기한 애플, 600명 해고…"가정용 로봇 만든다" 왜 [팩플]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실리콘밸리 빅테크 해고 대란 때도 잠잠했던 애플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명 ‘애플카’로 불렸던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 등을 취소한 여파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애플카와 스마트워치 디스플레이 사업을 종료하면서 6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바로 전날에는 애플이 신사업으로 가정용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이 구조조정과 사업 개편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애플 로고. AP=연합뉴스

애플 로고. AP=연합뉴스

무슨 의미야  

이번 구조조정은 비용을 줄여 핵심 사업을 재편하려는 애플의 의지가 담겨있다. 그동안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달리 경기 침체에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았다. 물론 지난 1월 ‘AI발 해고’는 애플도 피할 수 없었다. AI비서 ‘시리’ 관련 부서를 폐쇄하고 약 120명의 직원에게 부서 이동과 해고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구조조정 인원은 당시의 5배 규모에 해당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팬데믹 이후 애플이 단행한 최대 규모의 해고”라고 평가했다.

CNBC에 따르면 이번에 해고된 애플 직원 614명은 산타클라라 카운티(애플 본사인 쿠퍼티노 소재지)에 있는 8개 시설에서 근무했고 지난달 28일 공식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 중 371명은 애플카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고, 87명은 애플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내용들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노동자 적응 및 재교육 통보규정’(WARN)에 따라 주 정부 사이트에 게시한 공지에 담겼다.

위기의 애플, 돌파구는 가정용 로봇?  

애플 비전프로. 사진 애플

애플 비전프로. 사진 애플

‘혁신의 상징’ 애플은 신사업 개발과 새로운 혁신이 다급한 상황이다. 10년 간 공들인 자율주행차 사업은 지난 2월 접었고, MR(혼합현실) 헤드셋 기기 ‘비전프로’에 대한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올해 첫 두 달 동안 24%가 줄었고(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지난달 유럽연합(EU)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애플에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갈수록 태산인 상황에서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가정용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 엔지니어들이 집에서 이용자를 따라다니는 모바일 로봇과 로봇 공학을 이용한 탁상용 스마트 디스플레이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는 애플의 하드웨어 부문과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그룹 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애플 개발자회의(WWDC)가 열린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발표하는 팀 쿡 애플 CEO.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애플 개발자회의(WWDC)가 열린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발표하는 팀 쿡 애플 CEO. 연합뉴스

AI의 판단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결국 하드웨어인 로봇이다. 애플 AI 연구원들은 로봇이 집 안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현재는 로봇 개발팀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고, 아직 연구 초기 단계로 어떻게 구현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앞으로는

시장과 업계의 관심은 오는 6월 열리는 애플 개발자회의(WWDC)에 쏠린다. 애플이 이 행사에서 구체적인 AI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AI뿐만 아니라 애플이 구상 중인 가정용 로봇에 대한 힌트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팀 쿡 CEO는 지난 2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올해 중으로 성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