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위기 겪는 日 기시다…그가 공들이는 미 의회 연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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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대규모 ‘의원 징계’에 나선 데에는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던 정치자금 스캔들 문제를 일단락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지난 4일 집권당인 자민당이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39명을 무더기 징계했는데, 이는 기시다 총리가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서둘러 내린 결정이란 분석이다.

부족했던 '진상규명' 목소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자민당 의원 39명에 대한 징계 결정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지·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자민당 의원 39명에 대한 징계 결정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지·AFP= 연합뉴스

지지통신은 5일 기시다 총리가 비자금 문제에 대해 실태 해명보다 의원 처분(징계)을 서둘렀다고 지적했다. 징계 대상이 된 의원 39명 가운데 36명이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 나머지 3명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전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다. 매체는 파벌 회장이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파티권을 판매하고 할당분 이상을 판매한 경우 의원들에 돌려주는 것을 폐지하자고 했던 점을 들었다. 아베 전 총리의 판단이 뒤집힌 배경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사실을 알 수 있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에 대해서도 기시다 총리가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만 밝혔을 뿐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작 징계 결정에 기시다파 수장인 총리 자신은 제외됐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시다 총리는 4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내 자신(책임)에 대해서는 정치개혁을 향한 진척을 국민과 당원이 지켜본 뒤 판단해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아사히신문도 기시다 총리가 정치자금 스캔들 문제를 일단락시키기 위해 서둘렀다며 그 배경으로 미·일 정상회담을 꼽았다. “처분(징계)을 정하지 않은 채 미국을 방문하고 싶지 않다”는 총리 주변 목소리도 전했다. 징계 기준을 ‘500만엔(약 4400만원)’으로 정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데 서둘러 징계 결정을 내린 데엔 미국 국빈 방문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국빈 방문에 공들이는 기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맞아 지난 4일 양국 국기가 미국 백악관 앞에 나란히 걸려있다.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맞아 지난 4일 양국 국기가 미국 백악관 앞에 나란히 걸려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내 각종 언론 조사에서 지지율 10~20%를 기록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는 의원 징계와 동시에 미국 방문 세일즈에 나섰다. 자신이 있는 외교 분야 성과를 내세워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징계 결정이 내려진 날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국빈 방문의 의미를 직접 설명했다.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과 의회 연설은 아베 전 총리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는 미 의회 연설에서 “일·미(日美)가 어떤 미래를 다음 세대에 남기려는지, 큰 방향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미·일 동맹의 미래상을 그리겠다는 취지다.

요미우리는 미 의회 연설에 대해 “11월 미 대통령 선거 승패 행방이 불투명한 가운데, 어느 후보가 승리해도 양국 관계 중요성은 변치 않는다는 것을 호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풀이했다. 일본 NHK는 기시다 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자유, 민주주의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만이 아닌 일본도 질서 유지를 위해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위협 등을 언급하며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으로서의 일본의 위치를 강조한다는 얘기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8일 미국 방문길에 올라 10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다음날인 11일엔 미국 의회 연설에 나선다. 이후 도요타자동차의 노스캐롤라이나주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한 뒤 14일 일본으로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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