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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기시다 선물?…美 "정상회담서 무기 공동 개발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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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과 일본의 군사협력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일(현지시간)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군사 장비를 공동으로 개발·생산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주일미군의 자체 운용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열리는 필리핀과의 3국 정상회의에선 일본 자위대의 필리핀 파병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8월 18일 미국 메릴랜드주 서먼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8월 18일 미국 메릴랜드주 서먼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두 일본의 군사적 역량·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외교가에선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지원하는 미국이 동맹국을 활용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하기 위한 부담을 분산하는 동시에, 2차 대전 패전 이후 염원이었던 ‘정상 국가’로 복귀를 시도하는 일본에는 국빈 방미의 실질적 성과물이 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미·일, 최초의 군사장비 공동 개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3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 대담에서 “(정상회담 때) 미·일이 필수적 군사·국방 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잠재적으로 공동 생산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을 처음으로 가능하게 하는 조치가 발표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국빈 방문은 양국의 안보 협력 관계를 업데이트하는 역사적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21년 7월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 소재 아마미 주둔지에서 미일 연합 훈련인 '오리엔트 실드'가 실시된 가운데 주일미육군의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 왼쪽)과 일본 육상자위대의 03식 지대공 미사일이 함께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2021년 7월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 소재 아마미 주둔지에서 미일 연합 훈련인 '오리엔트 실드'가 실시된 가운데 주일미육군의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 왼쪽)과 일본 육상자위대의 03식 지대공 미사일이 함께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그동안 자국 안보와 직결되는 군사 기술은 동맹국과도 정보 공유를 최소화해왔다. 그러다 미국산 무기만으로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어려워지자 동맹국과의 무기 공동 생산을 제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에 건설하는 록히드마틴의 유도 다연장 로켓시스템(GMLRS) 공장이다. 호주와는 차세대 장거리 미사일 ‘프리즘(PrSM)’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호주는 미국·영국·호주 3국의 군사동맹 오커스(AUKUS) 참여국이다.

日, 참여 노리는 ‘필러2’…미래 무기 집중

캠벨 부장관은 일본과 어떤 무기를 공동 개발할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이 오커스 ‘필러2’에 참여할 가능성과 관련 “다음주 정상회담에서 더 공개할 내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포인트로마 해군 기지에서 리시 수낙 영국 총리(오른쪽)와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왼쪽)와 오커스 회담을 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포인트로마 해군 기지에서 리시 수낙 영국 총리(오른쪽)와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왼쪽)와 오커스 회담을 했다. AP=연합뉴스

오커스 합의는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1’과 양자기술·인공지능(AI) 무기 등 8개 첨단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2 등 2개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이 필러2에 참여할 경우 첨단 무기 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도 캐나다와 함께 필러2 참여를 바라고 있다. 캠벨 부장관은 “(필러2에) 관심을 표명한 국가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미국은 공동 생산을 경계해왔지만, 지금은 가장 정교한 무기를 생산하는 데도 신뢰하는 동맹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더 나아가) 양국이 핵융합 발전 기술과 관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문제를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일본이 스텔스 기술 등에서 강점을 보이기 때문에 미국도 일본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며 “다만 오커스 참여는 영국·호주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는 선언적 메시지를 내는 수준의 조율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주일미군·자위대 지휘·통제 재검토

아울러 미·일은 이번 회담에서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연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지휘·통제 방식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준비 중이다.

미국과 일본이 실시한 동중국해에서의 공중·해상 실기동 연합훈련. 오른쪽은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트위터

미국과 일본이 실시한 동중국해에서의 공중·해상 실기동 연합훈련. 오른쪽은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트위터

NHK는 이날 “올해 말 창설되는 육·해·공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와 주일미군사령부의 긴밀한 조율을 위한 상설 합동팀을 창설하는 방안이 검토된다”고 보도했다. 실제 양국은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관할하는 주일미군의 지휘권 중 상당 부분을 주일미군사령부로 이관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그동안 미국으로 복귀시켜 수리를 진행해왔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등 대형 함선의 수리도 일본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산케이신문에 “지휘·통제의 관점에서 협력 강화는 중요하다”며 “상호 운용성과 즉응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 강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미·일 연합사령부 설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지휘를 일원화한 한·미연합사와 달리 미·일 양국의 지휘권 독립을 유지한 형태의 연계가 논의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위대 필리핀 파병”…中 완전 봉쇄

이런 가운데 11일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필리핀 정부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필리핀과 일본이 양국 병력을 상대국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상호 접근권 협정’ 서명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자위대 병력의 필리핀 파병을 의미하는 협정으로,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 대사는 FT에 “병력을 순환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해에서 펼쳐진 미·일 연합훈련에 참가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병사의 견장. AFP=연합뉴스

필리핀해에서 펼쳐진 미·일 연합훈련에 참가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병사의 견장. AFP=연합뉴스

만약 자위대가 필리핀에 파병될 경우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필리핀·호주와 분담해 정치·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동·서·남 3개 방향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완전히 봉쇄하는 구도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크리스토퍼 존스턴은 “필리핀 내 일본 병력은 중국에 대응한 다국적 안보 체제가 형성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중국에 보내게 될 것”이라며 “이런 전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하지도 못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美·日, 철저한 사전 작업”

미국과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충분한 사전 논의를 해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헌법에 군(軍)을 보유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오랫동안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해왔다. 그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때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제정해 방어용 무기 수출을 가능하도록 했고, 지난해 12월 일본산 패트리엇 미사일(PAC-3) 등을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지난달엔 각의(국무회의 해당)에서 영국·이탈리아와 공동 개발 중인 차기 전투기(6세대)의 수출도 결정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해 10월 17일 효고현 고베시에서 신형 잠수함 '라이게이'의 명명식·진수식을 열고 있다. 라이게이는 2025년 취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해 10월 17일 효고현 고베시에서 신형 잠수함 '라이게이'의 명명식·진수식을 열고 있다. 라이게이는 2025년 취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관련 논의를 밝혔을 가능성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미리 ‘중·러 군수협력’을 경고한 것은 미·일 군수협력의 정당성을 설득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정상국가로 복원해 안보 역할을 분담하기를 바란다는 큰 틀의 방향성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산케이 인터뷰에서 방미 일정 중 진행되는 미 상·하원 연설에 대해 “일·미의 긴밀한 협력을 세계에 발신할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과의 대화의 길이 열려있다는 공통 인식을 근거로 일·미, 일·미·한이 긴밀하게 협력해 대처할 것을 거듭 확인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뜻을 밝혔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미 의회 연설 등 방미 일정 중 과거사와 전쟁에 대한 반성은 언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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