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희대, ‘김명수 거수기’ 사법행정자문회 폐지 수순…사법정책자문위 출범 검토

중앙일보

입력

1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시무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시무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대표 유산인 ‘사법행정자문회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를 대체할 자문기구로는 사법정책자문위원회 도입이 유력하다.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날 법원 코트넷(내부망)에 올린 공지문에서 “법원조직법 제25조에 근거를 둔 사법정책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충실한 우선적인 자문방안이라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조 대법원장의 지시로 법원행정처가 그동안 사법행정자문회의의 존폐 및 그 대체 기구 도입 여부를 논의해 온 결과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전임 김 전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핵심 정책이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이후 대법원장이 독점한 사법행정권을 분산·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2019년 9월 도입됐다. 당초 김 전 대법원장은 사법 행정권 남용을 막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아예 폐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좌초하자,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로 방향을 틀었다. 김 전 대법원장은 당시 “사법부 사상 최초로 사법행정을 수평적 회의체에서 책임 있게 수행하는 의미 있는 시발점”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적 근거 없이 대법원 규칙만으로 법관 인사와 예산에 관한 자문·의결을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맡기는 등 운영 과정에서 논란이 적지 않았다. 또 김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자문회의 의장으로서 위원 전원(9명)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며 “자문회의는 사실상 김 전 원장의 독단적 정책에 민주적 명분을 부여하는 ‘거수기’에 지나지 않는다”(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전 대법원장이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 주요 안건을 올리면 자문회의가 그대로 결론을 내리는 일이 반복됐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사법행정자문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조 대법원장은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사법행정자문회의 대신 법원조직법 25조(대법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대법원장의 자문기관으로 사법정책자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에 명시된 사법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장이 위촉하는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 7명으로 구성되는 사법정책자문위는 대법원장이 부의한 각종 사법정책과 사법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사항들을 1년 이내의 범위에서 논의하고, 필요한 경우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배 차장이 이날 공지문에서 “사법행정자문회의를 통해 사법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개선된 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 성과를 발전적으로 계승하여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했지만, ‘조희대 표’ 사법정책자문위는 법원 인사·예산 등에 대한 사실상의 심의·의결권을 행사한 사법행정자문회의와 달리 어디까지나 자문기구로 역할을 한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김명수 원장 시절에는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자문기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심의·의결권까지 행사하며, 사법행정을 장악했다”며 “이런 폐단을 막고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사법정책자문위의 구체적인 운용방안은 내·외부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배 차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 최종적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 열리는 8일 정기 전국법관 대표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라 논의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