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를 준비한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날씨 변덕에 꽃이 늦게 피고, 비와 황사가 몰아치면서 상춘객 발길이 크게 줄어서다. 기후변화가 축제 개최도 어렵게 만드는 양상이다.
진해 군항제 관람객 120만명 감소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인 경남 창원 ‘진해군항제’는 방문객이 많이 감소했다. 4일 창원시에 따르면 올해 진해군항제 인파는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휴대전화 기지국 조사를 토대로 한 구체적인 수치는 한 달 뒤 나올 예정이지만, 지난해 420만명과 비교해 120만명이 준 셈이다. 축제는 예년보다 빨리 개최했는데, 정작 벚꽃은 늦게 피고 축제 기간 비까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군항제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일까지 10일 동안 열렸다. 주로 4월 1일(2010~2019년) 개최했던 것과 비교하면 열흘 정도 빨랐다. 시는 벚꽃 개화 시기가 점차 빨라지는 추세여서 올해도 빠를 것으로 보고, 시기를 앞당겼다. 하지만 진해 벚꽃은 축제 폐막을 사흘 앞둔 29일에야 만개했다. 이 때문에 36만 그루에서 핀 연분홍 벚꽃 향연을 기대했다가 실망한 관광객도 많았다. 또 축제 10일 중 5일은 비가 내리면서 시민 발걸음이 뜸했다.
벚꽃 축제 2번 여는 지자체도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궁여지책으로 축제를 두 번 열겠다는 자치단체도 있다. 강원 속초시는 ‘2024 영랑호 벚꽃 축제’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달 27일 축제를 1차(3월 30~31일)와 2차(4월 6~7일) 나눠 진행하겠다고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긴급 공지를 올렸다. 그러면서 “벚꽃이 안 핍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속초시는 “피할 수 없다면 버텨라“, “벚꽃이 필 때까지 축제는 계속됩니다”라는 이색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개최를 연기한 축제도 있다. 강원 강릉 ‘경포벚꽃축제’는 벚꽃 개화가 늦어질 것을 예상해 기존 지난달 29일에서 오는 5일로 일주일 정도 늦췄다. 기껏 연기했는데 황사가 기승을 부리면서, 상춘객 발걸음이 뜸한 축제도 있었다. 지난달 30일부터 2일 동안 열린 강릉 ‘솔올 블라썸’ 축제 현장에는 사람이 뜸했다고 한다. 앞서 솔올 블라썸 축제는 추위로 벚꽃이 개화하지 않으면서 개최 시기를 당초 21일에서 이날로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