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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필리핀에 순환배치 검토"…11일 미·일·필 정상회의서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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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필리핀이 자위대 병력을 필리핀에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오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첫 미·일·필리핀 정상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미·일·필리핀 간 안보 협력이 빠른 속도로 강화되는 모양새다. 전문가 사이에선 “역내 안보 지형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 들어 미·일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온 한국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10월 2일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JS 아케보노함이 필리핀 마닐라항에 정박할 준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10월 2일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JS 아케보노함이 필리핀 마닐라항에 정박할 준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4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대사는 전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필리핀 양국이 자위대를 필리핀에 정기적으로 일시 파견하는 형태로 순환 배치를 하는 것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로무알데스 대사는 또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도 검토하고 있다”며 “(양국 간) 안보 협력을 ‘동맹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미국과 함께 일본은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의 이같은 행보는 필리핀과 중국 간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의 충돌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선 중국 해경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쏘는 등 강압적인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필리핀이 오는 7일부터 미·일·호주와 팔라완 섬 북서쪽 해상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처음 실시하는 것도 이런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는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 로무알데스 대사는 “(연합훈련뿐 아니라) 아주 가까운 장래에 (자위대가) 남중국해 합동 순찰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지난해 7년 만에 재개한 미군과 합동 순찰에 자위대를 포함시키겠단 뜻이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우즈시오급 잠수함이 지난 2022년 11월 6일 일본 도쿄 남쪽 요코스카 앞바다 사가미만에서 열린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서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해상자위대의 우즈시오급 잠수함이 지난 2022년 11월 6일 일본 도쿄 남쪽 요코스카 앞바다 사가미만에서 열린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서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런 만큼 해상자위대 함정의 일시적 순환 배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일본과 필리핀이 이를 논의 중이란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부터 일본과 필리핀은 양국 군의 상호 왕래를 원활하게 하는 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을 계속해왔다. 이뿐 아니라 일본은 지난해 12월 필리핀에 첫 방공 레이더를 수출하는 등 방산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이 유엔 평화유지군(PKO) 활동 이외에 자위대를 해외에 배치하는 건 매우 드물다. 현재는 연합훈련 차원에서 호주에 항공자위대 전투기 부대를 일정 기간 파견하는 수준이다.

이 외엔 PKO 활동이 거의 전부다. 일본 정부는 1992년부터 캄보디아, 모잠비크, 동티모르, 아이티, 남수단 등에 PKO 활동의 일황으로 자위대를 파견해왔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주로 육상자위대로 누적 1만2000여명이 파견됐다.

지난 2022년 4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가운데)이 동해 공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제7함대

지난 2022년 4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가운데)이 동해 공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제7함대

전문가들은 필리핀 순환 배치의 경우 “연합훈련이나 합동 순찰 차원에 한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대항하기에는 미 해군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일본이 기동함대 형태로 구축함 등을 보낼 순 있지만, 일본 국내의 법적 근거가 애매하기 때문에 임무 범위는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위대 함정이 계속 남중국해에 출몰하면 중국도 더 긴장할 것”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자위대 활동 범위의 확대가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인 만큼 미국이 한국에 비슷한 요청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 군 소식통은 “우리는 현존 전력상 대북 대응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청해부대 한 척 파견만으로도 해군 전력 편성에 차질이 있는 만큼 기타 파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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