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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될래" 본능 깨운 푸바오…판다판 '트루먼쇼' 열광의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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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2월 22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찾은 관람객들이 푸바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뉴스1

지난 2월 22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찾은 관람객들이 푸바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뉴스1

푸요일’이 사라졌다. 정상급 아이돌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던 판다 푸바오(福宝·3년 8개월)가 3일 중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푸요일은 푸바오가 살던 에버랜드가 일상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날(월,금)에 팬들이 붙인 표현이다.

푸바오를 태운 차가 떠나는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진희원(26)씨는 ‘푸덕이(푸바오 덕후)’다. 그는 “출퇴근 길이나 밥 먹을 때, 자기 전에도 푸바오 영상을 항상 틀어 놓는다”며 “푸바오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도 사랑스럽고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고, 먼저 떠난 내 반려견 몽이의 모습도 대입하면서 위로받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진희원씨가 사무실에 놓은 푸바오 관련 소품들과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반려견 몽이의 사진들. 독자 제공

진희원씨가 사무실에 놓은 푸바오 관련 소품들과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반려견 몽이의 사진들. 독자 제공

2020년 7월 에버랜드 사육장에서 태어난 푸바오는 이날까지 한국에서 1354일을 지냈다. 이전에도 판다 외교로 국내에 산 판다가 있었지만, 푸바오 만큼 인기를 누린 경우는 없었다.

랜선 이모·삼촌들, 이 장면에 심쿵했다

푸바오는 태어날 때부터 스타였다. 국내에서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였기에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시기에도 출생과 성장 과정이 영상으로 대중에게 전해졌다. 유튜브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는 ‘랜선 이모·삼촌’을 자청하는 팬들이 빠르게 늘었다.

2020년 12월, 푸바오가 사육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영상은 현재 1599만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푸바오의 인기 덕에 에버랜드 유튜브 구독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고, 성장 과정을 담은 사진과 영상은 SNS를 통해 퍼지고 재생산됐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기에 인간관계가 단절되다 보니까 이를 대체하는 측면에서 SNS나 유튜브를 통해 푸바오 같은 동물에 몰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몰래카메라로 한 남성의 성장 과정이 대중에게 생중계되는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처럼 많은 사람이 푸바오가 197g으로 태어나 100㎏ 넘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SNS를 통한 공동육아였던 셈이다. 푸바오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까지 생겨 사육사는 푸바오 할부지(강철원·강바오)와 작은 할부지(송영관·송바오)로 불렸다. 박소영(27) 씨는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푸바오가 독립 훈련을 하고 마지막 날에 헤어지면서 강바오 어깨에 손을 얹는 모습이다.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잘할 수 있어요’라고 느꼈다는 강바오의 말을 들으며, 자존감 있게 잘 성장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판다 외모 유아 연상…양육 본능 불러” 

22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판다 할배와 푸바오 팔짱 데이트' 유튜브 캡처 이미지. 에버랜드 제공

22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판다 할배와 푸바오 팔짱 데이트' 유튜브 캡처 이미지. 에버랜드 제공

판다의 독특한 외모생태적 특성도 푸바오의 인기에 한몫했다. 푸바오는 종일 대나무만 먹거나 잠을 잔다. 육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활동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유지한다. 인간-동물관계 전문가인 할 헤르조그(미국 웨스트 캐롤라이나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판다의 큰 눈과 부드러운 이목구비 같은 신체적 특징이 인간의 유아를 연상시켜 부모의 (양육) 본능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태어날 때부터 예정된 이별 “이제는 푸바오 응원”

3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시민들이 중국으로 떠나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를 배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시민들이 중국으로 떠나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를 배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푸바오와의 이별은 태어날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중국은 세계의 모든 판다를 자국 소유로 하고 해외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판다 외교’를 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푸바오의 중국 내 생활 모습을 SNS를 통해 팬들에게 지속해서 전할 예정이다. 진희원씨는 “그동안 푸바오가 저에게 준 위로와 응원을 이제는 푸바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며 푸바오의 중국행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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