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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악취 나면 체포?…200년전 부랑자법 부활 두고 英 발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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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영국 런던의 홈리스. EPA=연합뉴스

2일 영국 런던의 홈리스. EPA=연합뉴스

사람에게 나는 냄새가 처벌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영국에서 악취를 풍기는 것만으로 노숙인을 경찰에 체포할 수 있는 법안이 추진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1824년 부랑자법을 대체하는 형사사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기존 법은 구걸과 일부 노숙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다. 새 법안은 이를 폐지하는 대신에 경찰이 '소란을 일으키는' 노숙인을 이동시킬 수 있고 이에 불응하면 최고 2500파운드(약 425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체포할 수 있다.

논란이 되는 건 단속 대상인 소란 행위에 '과도한 소음이나 냄새, 쓰레기 버리기·쌓아두기를 포함해 주위 환경에 손상을 입히는 행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물리적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닌데 악취를 풍기는 것까지 범죄화하는 법 적용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설 경비원이 2일 영국 런던에서 거리에 누운 홈리스를 깨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설 경비원이 2일 영국 런던에서 거리에 누운 홈리스를 깨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논란이 이어지자 질리언 키건 교육부 장관은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체포될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총리실 대변인도 "우리는 노숙을 범죄화하는 낡은 법을 고치려는 것"이라며 "이번 논란이 입법 취지와는 정반대"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해명에도 논란은 여당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여당인 보수당의 밥 블랙먼 하원의원은 과도한 냄새를 소란의 정의에 포함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면서 "노숙인은 목욕, 샤워는커녕 화장실도 못 갈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지방 당국이나 경찰의 법 집행 권한을 특정 상황으로 제한하는 지침을 의무적으로 내놓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노동당 앨릭스 노리스 하원의원은 "이번 법안은 심각한 폭력 급증, 치안 신뢰도 급락 등 진짜 문제를 해결할 기회였으나 정부는 노숙자 냄새나 쫓겠다는 것"이라며 "우선순위가 뒤집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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